《봄 여름 가을 겨울 정기세일, 정기 세일에 바로 앞 선 브랜드 세일, 개점 기념일 세일 등 백화점의 가격할인 판매(세일)는 연중 계속된다. 그런데 이런 정기적인 세일에 전혀 참여하지 않거나 참여에 소극적인 브랜드도 적지 않다. 가장 많이 참여하는 계절별 정기 세일 때도 참여율이 80∼90% 정도다. 이러한 ‘노 세일 브랜드’가 세일을 하지 않는 이유는 브랜드나 품목마다 제각각이다.》
각 백화점의 1층을 차지하고 있는 화장품이 ‘노 세일’의 대표적인 품목. 대부분의 업체나 브랜드가 경품이나 샘플 제공 등은 하지만 세일은 하지 않는다. 화장품은 유통 기한이 길어 재고를 빨리 없애야 할 필요가 없다. 또 계절성이 별로 없고 항상 일정한 수요층이 있기 때문에 정기 세일을 하면 세일을 하지 않는 기간에는 거의 판매가 되지 않을 수도 있다. 여성용 속옷도 ‘4계절 제품’이어서 아무 때나 판매할 수 있기 때문에 계절별 세일 필요성이 별로 없다. 롯데백화점 이장화 상품총괄팀장은 “비너스나 비비안 등 주요 여성용 속옷 업체들은 시장에서 높은 시장 점유율과 주도적인 지위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어서 가격 할인으로 판매를 촉진할 필요가 적다”고 말했다.
여성 정장 의류나 남성 의류 중에 세일에 적극적이지 않거나 아예 참여하지 않는 브랜드들은 브랜드에 대한 자신감과 고객층의 규모를 감안해 생산량을 조절한다. 따라서 세일을 하지 않아도 재고 부담이 적다. 이들 브랜드는 또 많은 양을 생산한 후 가격을 낮춰 판매하는 것보다 일정 가격대를 유지하면서 소량을 판매하는 것이 고급 브랜드 이미지를 유지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고 보고 있다. 백화점 업계는 이런 부류의 여성 정장 브랜드로 쁘렝땅 보티첼리 오브제 타임, 남성 및 스포츠 의류로는 빈폴 폴로 인터메조 등을 든다.
현대백화점 압구정 본점 보티첼리의 변영선 과장은 “세일을 하면 매출이 오를 수도 있지만 장기적으로 브랜드 이미지에 악영향을 줄 것으로 판단해 세일을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가전이나 가구제품처럼 항상 할인된 가격으로 팔아 공정거래법상 세일을 하지 못하도록 제한을 받는 경우도 있다. 갤러리아백화점의 한 관계자는 “세일을 하려면 세일 전 20일전까지는 정상 가격으로 판매해야 하는데 혼수용 가전 가구는 구매액이 커 항상 할인하다시피하므로 ‘정기 세일’ 등을 따로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밖에 까르띠에 쇼메 에르메스 로로피아나 등 명품들도 소비층이 가격에 민감한 대중적인 품목이 아니어서 세일을 하지 않는다.
구자룡기자 bon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