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모 대학 K교수는 지난 1학기에 소속 학과가 개설한 특수대학원 신입생을 모집하느라 애를 먹었다. 처음엔 주변 사람들에게 사정사정해 몇 명씩을 입학시킬 수 있었지만 이제는 부탁할 사람도 마땅치 않다.
대학측이 짭짤한 수입원인 특수대학원 학생 모집에 큰 관심을 쏟고 있기 때문에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었다. 고민 끝에 친척의 이름을 올려놓고 200만원 가까운 등록금을 대신 내줬다.
▽대학원 난립=현재 국내에 개설된 대학원은 205개 대학에 1002개나 된다. 대학원생이 12만3000여명이고 석사 과정 학생이 84%를 차지한다.
전국적으로 올해 총 입학정원은 3만4000명이었지만 2만9000여명밖에 모집하지 못해 충원율은 86%에 그쳤다.
국내 개설 대학원의 63.5%는 특수대학원. 낮에 일반 대학원에 다닐 수 없는 직장인들의 재교육을 위한 야간 대학원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특수대학원의 학사관리가 허술해 사실상 학기만 채우면 학위를 주는 형편이다. 4학기 과정을 마치고 논문을 쓰든지 1학기를 더 다니면 논문 제출을 면제해주는 학교가 많다. 당연히 1학기 추가 등록을 하는 학생들이 많다.
서울 S대 관계자는 “별다른 투자 없이 야간 강좌를 통해 등록금 수입이 생기기 때문에 대학들이 경쟁적으로 특수대학원을 만들었다”며 “솔직히 직장인을 상대로 학위 장사를 하는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일반 대학원도 수준 떨어져=일반 대학원은 학생 모집이 어렵고 그나마 모집한 학생도 실력이 예전 같지 않아 연구의 질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해외 유학자 우대 현상이 굳어지면서 학생들이 국내 대학원 진학을 꺼리게 된 것은 이미 오래된 얘기다. 대학원에서 두뇌한국(BK21)사업을 통해 등록금과 생활비를 약속해도 유능한 학생을 확보하기는 힘들다.
이 같은 현상은 이공계 기피 현상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서울대의 경우 5월 실시한 박사과정 후기 모집에서 평균 경쟁률이 1.2 대 1을 간신히 넘겼고 공대, 농업생명과학대, 수의과대, 간호대 등은 미달됐다.
서울대 이병기 교수(전기컴퓨터공학)는 “대학원의 교육 여건이 미흡하고 질적 수준이 우려할 수준”이라며 “대학원에서 좋은 연구가 나오지 못하고 학문이 단절되는 현상이 있다”고 말했다.
대학원 지원자들이 좀 더 나은 대학으로 옮겨가는 도미노 현상이 생기면서 지방대들의 타격은 이루 말할 수 없이 크다.
창원대 우용태 교수는 “정부가 국가장학생 등 해외로 가는 학생들에 대해서는 많은 투자를 하면서도 국내 대학원생에 대한 투자는 미흡하다”며 “한 학과 신입생이 1, 2명인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전남 모 대학 교수는 “대학들이 국내 박사보다 외국 박사를 선호하는 경향이 심해 우수한 학생들은 해외로 빠져나간다”며 “교수가 자기 제자의 앞날을 보장해주지 못하는데 누가 국내에 남아있겠느냐”고 반문했다.
▽교육부 대책=2006년부터 대학원 평가제도를 도입해 전임교원 수, 전업학생 비율, 연구업적, 야간강의 시간강사 비율, 논문 심사위원 등에 대한 평가 작업을 벌여 재정 지원과 연계한다는 계획이다.
최근 3년간 충원율 등을 감안해 정원을 조정하고 유사 학문 분야의 소규모 대학원은 통폐합하거나 합치도록 한다는 것.
교육인적자원부 김관복 인력수급정책과장은 “경영대학원, 벤처경영대학원 등 유사한 특수대학원이 너무 많아 통폐합할 필요가 있고 대학원별 역할과 요건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이인철기자 inchul@donga.com
국내 대학원 설치 현황구 분설 치학교수석 사박 사계
대학원수입학정원대학원수입학정원대학원수입학정원합 계2051,00285,47529916,8771,002102,353
일반대학원14214238,69213414,35014253,042전문대학원851166,081791,0511167,132특수대학원17263637,493--63637,493협동과정학과간54542,02240815542,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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