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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SA선택 2004]‘박빙’ 美대선 진흙탕에 빠졌다

입력 | 2004-08-20 19:03:00


케리 후보가 열 받았다.

미국의 존 케리 민주당 대통령후보는 19일 조지 W 부시 대통령을 겨냥해 “부시 대통령은 보수단체가 자신을 위해 ‘더러운 일(dirty work)’을 대신해 주기를 바란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더러운 일’이란 부시 대통령이 케리 후보의 베트남전 참전 경력을 비하하는 TV 광고를 ‘사주’하고 있다는 얘기다.

케리 후보를 발끈하게 만든 것은 ‘진실 규명을 위한 순찰보트 참전용사’라는 보수단체가 내보낸 60초짜리 TV 광고. 이 광고는 케리 후보의 베트남전 전우 6, 7명을 등장시켜서 ‘케리 후보가 총알이 빗발치는 전쟁터에서 동료의 목숨을 구했다’는 것은 과대포장된 이야기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

베트남전쟁에서 최전방 함정지휘관으로 무공훈장 5개를 받은 케리 후보가 테러와의 전쟁을 수행 중인 미국의 안보를 이끌어 갈 최적임자라는 민주당 선거 전략에 치명타를 주겠다는 의도가 엿보이는 광고다.

케리 후보는 이 단체가 부시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인 텍사스 공화당원의 기부금을 수십만달러나 받았다는 점을 공개하면서 역공(逆功)을 펴왔지만 직접 부시 대통령을 향해 ‘더러운 일’을 하고 있다고 비난한 적은 없었다. 케리 후보는 또 이 단체가 부시 대통령의 ‘홍위병’임을 강조했다.

그는 이날 보스턴 선거유세장에서 “나는 아직도 베트남에서 맞은 총알 파편을 내 다리에 갖고 다닌다”고 말했다. 또 공화당을 향해서 “할 테면 한번 해 보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당은 민주당대로 “해군의 공식문서를 읽어보면 진실이 보인다”는 문구를 담은 대응 광고를 만들어 내보냈다. 미 대통령 선거전은 전통적으로 ‘신사도’가 지켜지는 선거로 평가받아 왔다.

하지만 이번엔 다르다. 한마디로 진흙탕 싸움이다. 부동층이 10%를 넘지 않는 박빙의 상황이긴 하지만 점점 도를 지나치고 있다는 지적이 무성하다.

부시 캠프는 이런 상황을 즐기는 표정이다. 부시 캠프의 한 참모는 “우리는 케리 후보의 베트남전 복무경력에 결코 의문을 제기하지 않는다”며 케리 후보 비난 광고가 자신들과 무관함을 강조했다. 그러나 AFP통신은 케리 후보의 선거 참모들이 “이 광고를 본 부동층이 케리 후보를 등지고 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이 광고는 효과를 발휘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7월 말 전까지만 해도 케리 후보는 전통적인 공화당 지지층인 재향군인 표를 46 대 46으로 양분했다. 그러나 7월 말 민주당 전당대회 이후 55 대 37로 뒤집어졌고, 이런 추세는 아직 바뀌지 않고 있다.

김승련기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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