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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만화이론서 ‘만화세계 정복’ 펴낸 원종우씨

입력 | 2004-02-16 18:36:00

최근 만화이론서 ‘만화 세계 정복’을 발간한 원종우 출판사 길찾기 대표. 그는 “소장가치가 큰 고급스러운 만화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원대연기자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만화방 키드’였어요. 1980년대 극화는 거의 다 보다시피 했고, 서울대 분자생물학과 재학시절에도 순정만화와 외국만화를 접하면서 한 달에 100여권은 봤죠.”

한글을 떼자마자 만화에 빠져 한 번도 벗어난 적이 없다는 출판사 ‘길찾기’의 원종우 대표(34). 그는 최근 발간한 만화이론서 ‘만화 세계 정복’(길찾기)에 만화방에 얽힌 추억과 만화방의 역사 등을 담았다. 원 대표를 포함해 이 책에 참여한 12명의 필자는 2000년 5월 결성된 만화비평가 집단 ‘두고보자’(www.dugoboza.net)에서 활동하고 있다.

기존 만화 이론서들은 작품평이나 작가론이었으나 이 책은 한국만화계 전체를 진단하는 게 특징이다. 풍부한 그림 자료와 함께 순정만화 소년만화의 역사와 문화적 의의, 1980∼90년대 초를 풍미한 추억의 해적판 만화 ‘권법소년’과 ‘용소야’가 만들어진 배경과 방법 등을 자세히 소개하고 있다. 남성 동성애 만화를 지칭하는 ‘야오이’가 왜 여성의 포르노그래피인지를 비롯해 한국의 둘리와 일본의 도라에몽에 나타난 양국의 문화적 차이도 밝혔다.

원 대표는 2002년 4월 ‘길찾기’를 설립해 ‘노래하는 돌’(김혜린) ‘십자군 이야기’(김태권) ‘로보트 킹’(고유성) 등 소장가치가 높은 작품들을 냈다. 이 책들은 하드커버와 박스세트 등고급화 추세와 원 대표의 오랜 만화사랑을 동시에 보여준다.

그는 1994년 대학을 졸업한 후 부천만화정보센터에서 연구원 및 기획자로 일하며 만화 ‘빠담빠담’(시공사·2000년)을 창작하기도 했다. 출판사를 차린 이유는 “남의 돈으로 내 뜻을 이루기 참 힘들구나”라고 느꼈기 때문이다.

“만화계가 불황에 허덕일 때였죠. 하지만 대형 출판사가 주도하는 주류만화 시장의 위기가 오히려 기회가 됐어요. 값싼 일본만화에 밀려난 기존 작가들을 수용했고, ‘만화는 애들 것’이라는 편견을 넘어 ‘서점에서도 떳떳하게 팔릴 수 있는’ 고급 책들로 성인 독자를 끌었습니다. 첫해는 ‘대폭 적자’였지만 올해는 ‘유지’가 되네요. (웃음)”

그는 최근 신문을 통해 원경선 환경정의시민연대 이사장(90·전 풀무원 대표)도 ‘십자군 이야기’를 읽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에 고무돼 그는 성인들을 위한 극화나 북한을 다룬 논픽션 만화도 기획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쏟아져 나온 ‘에세이툰’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다.

“에세이툰은 ‘파페포포 메모리즈’(심승현) 이후 크게 성공한 작품이 거의 없어요. 치열한 노력과 고민의 산물이기보다 개인의 일기에 가깝기 때문이죠. 인터넷에서 볼 때 잠시 좋은 느낌을 주긴 하지만 독자들이 굳이 사서 보겠다는 마음을 먹지 않는 겁니다.”

조경복기자 kathyc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