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영관 외교통상부 장관이 15일 외교부 청사에서 가진 이임식에서 ‘자주외교’에 대한 생각을 밝히고 있다. 외교부 간부의 대통령 폄훼 발언은 이날 윤 장관의 전격 경질로 비화됐으나 파문은 쉽게 진정될 것 같지 않다. -박주일기자
윤영관(尹永寬) 전 외교통상부 장관은 15일 오전 이임식에서 그동안 가슴에 담아 왔던 자신의 ‘자주외교론’을 털어놓았다.
이날 정찬용(鄭燦龍) 대통령인사수석비서관이 청와대에서 윤 전 장관 사표수리를 발표하며 “참여정부가 제시하고 있는 자주적 외교정책의 기본정신을 이해하지 못했다”고 말한 데 대한 항변인 듯했다.
윤 전 장관은 이임사에서 “자주외교의 대전제는 국제정치의 흐름을 꿰뚫어 알고, 그 안에서 우리가 추구할 자율의 영역을 찾아내는 것”이라며 그가 추구해 온 현실적인 용미(用美)가 열린우리당에서 문제를 제기한 숭미(崇美)와는 다른 개념임을 강조했다.
항목
윤 전 장관
참여정부
초점
한미동맹
남북관계
자주의 대전제
국제정치의 현실 파악
열린 자주
남북관계 평가
분단 및 정전체제에 따른 비정상적상황
남북관계가 한미관계 이상으로 중요
자주에 대한 접근
미국을 활용한 자주영역 확보
대미 자주 중시
자주에 대한 인식
결과로서의 자주
신념, 가치로서의 자주
외교부에 대한 평가
외교부 판단과 의견의 99%가 정확
의존적 외교관행 유지와
구태적 발상으로 국익에 반함
그가 한반도 정세와 관련해 “(일부에선) 우리가 유럽의 아주 평화스러운 스위스 같은 나라처럼 전제하고, 발상하고 있다”고 말한 것은 외교안보팀 내 일부 인사들의 ‘이상주의적’ 접근법을 간접적으로 비판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한편으로는 미국의 대안으로 공공연히 중국을 거론하는 일부 외교안보 담당자들의 안이한 인식을 경계하는 것이기도 하다.
윤 전 장관은 이상이 아니라 국제사회의 냉혹한 현실을 직시하는 것이 자주외교론의 기초임을 강조했다. 그는 “한국은 분단됐고, 휴전선 155마일을 두고 (남북이) 서로 총을 겨누고 있다”며 “평화는 주어지는 게 아니고, 그동안 동맹을 통해 지켜져 왔다”고 말했다.
참여정부가 초점을 맞추는 신념과 가치로서의 자주보다는 국익을 잣대로 한, 결과로서의 자주가 중요하다는 이야기다. 이는 남북관계와 한미동맹 가운데 무엇을 우선시해야 하느냐에 대한 간접적인 답변이기도 하다.
노무현 대통령과 참여정부는 그동안 자주를 강조해 왔으나 자주의 구체적인 개념 및 실천 방안 등에 대해선 제대로 설명한 바 없다. 그래서 정 수석비서관이 이날 말한 자주에 대해서도 고개를 갸우뚱하는 사람이 많다.
외교부의 한 관계자는 “참여정부의 자주외교 정책은 결국 윤 전 장관 휘하의 외교부가 만든 것이 아니냐”며 자주 외교 문제를 인사의 이유로 밝힌 데 대해 씁쓸한 반응을 보였다.
외교부에 대해서도 정 수석비서관은 “구태적 발상으로 국익에 반한 발언을 반복했다”고 비난했지만 윤 전 장관은 “외교부 실국장들의 건의를 수용하면 그 판단과 건의가 맞은 게 99%에 이른다”고 평가했다.
한기흥기자 eligi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