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체류자가 모두 떠난다면 미국은 어떻게 될까.’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불법체류자 일시 구제책을 내놓은 것을 계기로 이들의 미국 내 역할을 놓고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미국 내 불법체류자는 530만명 정도(2001년 추산). 농장근로자 120만∼250만명, 건설인부 75만명, 식당종업원 70만명, 가사종사자 25만명 등이다. 대부분 저임금에 궂은일을 도맡아 하고 있다.
따라서 이들이 떠난다면 어린이들은 보모를 잃게 되고 호텔은 수건을 세탁할 사람을 구하지 못하는 등 미국 가정과 기업이 큰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뉴욕 타임스는 지적했다.
플로리다주에서 오렌지나 귤을 수확하는 인부의 3분의 2 이상은 불법체류자들. 9·11테러 이후 불법체류자에 대한 단속이 강화되자 플로리다 농장주들은 부시 정부에 이들을 구제해줄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반면 조지 보자스 하버드대 교수는 불법체류자들이 떠나도 혼란은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아이오와주에는 외국인 거주자가 거의 없지만 호텔이나 패스트푸드점이 허드렛일을 할 사람을 구하는 데 어려움을 겪지 않는다는 게 논거.
불법체류자들에 대한 복지 혜택도 논란거리. 이민연구센터 마크 크리코리언 소장은 “미국인들이 불법노동에 대한 중독 증세를 떨친다면 과밀학급 해소, 불법체류자 자녀에 대한 복지부담 경감 등 이익이 많다”고 주장했다. 반면 라틴계 인권옹호단체 라 라자 전국협의회의 라울 이자기레 회장은 “미 정부는 불법체류자들에게 아무런 혜택도 주지 않으면서 세금만 챙기고 있다”고 꼬집었다.
뉴욕=홍권희특파원 koni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