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가운데)이 8일 국회를 방문해 박관용 국회의장(오른쪽에서 두번째)과 3당 대표에게 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비준동의안 처리에 협조해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 대통령이 법안이나 비준안 통과 문제로 국회를 방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박경모기자
자유무역협정(FTA) 처리를 위해 국회를 찾은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노력은 결국 무위로 돌아갔다.
노 대통령은 국정연설과 시정연설을 위해 지난해 4월과 10월에도 국회를 찾았으나 특정 국정현안 때문에 국회를 방문한 것은 취임 후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노 대통령의 국회 방문은 열린우리당 김근태(金槿泰) 원내대표가 전날(7일) 유인태(柳寅泰)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에게 전화를 걸어 “대통령이 국회를 방문해 의장과 각 당 대표에게 호소하는 모습을 보여 달라”고 요청한 데 따른 것이었다는 후문이다.
오전 11시5분경 국회에 도착한 노 대통령은 국회의장실에서 기다리던 박관용(朴寬用) 국회의장과 한나라당 최병렬(崔秉烈), 민주당 조순형(趙舜衡) 대표, 열린우리당 김원기(金元基) 공동의장과 반갑게 악수하며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라고 인사를 건넸다.
박 의장은 “시정연설 등이 아닌 일로 국회를 찾은 최초의 대통령이다. 아주 좋은 기록이다”며 반갑게 맞았다.
이어 노 대통령이 “제가 굳이 오지 않더라도 걱정을 많이 하고 계신 줄 안다.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한다는 생각으로 찾아왔다”고 방문 취지를 설명한 뒤 20여분 동안 머물며 정부의 119조원 규모 농업종합대책 등에 대해 설명했다.
노 대통령은 참석자들간에 무기명 비밀투표 방안 등이 화제에 오르자 “더 논의하시도록 저는 이만 일어나겠다”며 먼저 자리를 뜨면서 최 대표에게 “건강이 많이 좋아진 것 같다”고 덕담을 건넸다. 최 대표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여 화답했다.박민혁기자 mh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