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때까지만 해도 좋았는데….’ 22일 이승엽 부부가 다저스타디움을 방문하자 MLB.com의 LA다저스 홈페이지가 대문짝만하게 실은 사진. 그러나 ‘한국의 슬러거’는 다음날 어두운 표정으로 국내 복귀 의사를 밝혀 대조를 이뤘다. 자료=MLB.com LA다저스 홈페이지
이승엽(27·삼성)의 국내 잔류에 힘이 실리고 있다.
메이저리그 진출을 위해 미국에 머물고 있는 이승엽은 23일 ‘사부’인 삼성 박흥식 코치에게 국제전화를 걸어 “최선을 다해 봐야 하겠지만 아무래도 힘들 것 같다. 만약 뜻을 이루지 못하면 일본에 가기 보다는 삼성과 재계약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전날 이승엽이 LA다저스 토미 라소다 부사장, 댄 에번스 단장과 면담한 직후 가진 현지 특파원들과의 인터뷰에서 “가족적인 분위기가 마음에 든다”며 계약 가능성을 시사했던 것과는 반대 상황. 이승엽은 에이전트 존 김으로부터 다저스의 입단조건을 전해 들은 뒤 다시 한번 ‘국민타자’의 자존심에 상처를 입은 것으로 보인다.
다저스가 제시한 조건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연봉 100만달러(약 12억원)에 못 미치는 실망스러운 액수였을 것이란 평가. 이는 이승엽이 그동안 “아무리 못해도 100만달러가 마지노선”이라고 밝혀 왔던 데서 미뤄 짐작할 수 있다.
이승엽의 복귀 가능성이 높아지자 삼성 구단은 두 손 들어 환영하는 분위기. 김재하 단장은 “이승엽이 메이저리그에서 국위를 선양하는 게 최선이지만 국내에 남아 침체된 한국 프로야구에 열기를 불어넣는 것도 나쁜 일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김 단장은 “1년 계약만 하고 내년에 다시 메이저리그 진출을 노리는 것은 곤란하다”고 못 박았다.
삼성은 23일로 자유계약선수(FA)에 대한 원 소속구단의 우선협상 기간이 끝나지만 내년 1월부터 협상을 해 이승엽과 계약하면 된다는 입장. 이승엽은 올해 연봉만 6억3000만원으로 FA 보상금이 28억3500만원에 이르기 때문에 여기에 수십억 원을 호가할 고액 몸값까지 치르면서까지 그를 데려갈 구단은 없을 것이라는 게 삼성측의 판단이다.
삼성은 이승엽의 몸값에 대해선 함구하고 있지만 계약금을 빼고 한 해 연봉만으로도 최소 10억원은 뛰어넘을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한편 이승엽 부부는 27일 오후 6시40분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할 예정이다.
장환수기자 zangpab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