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저항세력의 게릴라식 공격으로 사상자가 급증하면서 신경이 날카로워진 미군이 취재기자들을 목숨을 위협할 정도로 험악하게 다뤄 각국 언론이 “언론자유 침해”라며 집단반발하고 있다.
상당수 기자들은 이라크 저항세력의 게릴라 공격 현장을 취재하다 총구를 겨눈 미군에 위협을 당하는 경우가 다반사라고 워싱턴 포스트가 13일 전했다. 몇몇 기자들은 붙잡혀 취재 장비를 빼앗기고 구금되기도 했다. 이에 따라 미국을 비롯해 전 세계 1700여개의 언론사 대표들은 12일 미 국방부에 항의서한을 보내 “즉각 완화하는 조치를 취하라”고 촉구했다.
국제기자연맹(IFJ)도 사담 후세인 이라크 전 대통령이 축출된 이후 기자들에 대한 구타 등 가혹행위가 늘었다고 밝혔다. 독일 방송국의 카메라기자인 사미 아와드는 “사제폭탄이 터진 바그다드 취재 중 저지선을 넘어가자 미군들이 몰려와 땅바닥에 넘어뜨린 뒤 머리에 총구를 겨눴다”고 밝혔다. 신분 확인 배지를 보여준 뒤에야 풀어줬다는 것.
카타르 위성방송 알자지라의 기자 2명은 바그다드 경찰서 폭탄 테러 정보를 사전에 알고 있었다는 혐의를 받아 연합군에 억류됐다. 미국 방송국에 고용된 직원 1명은 최근 몇 주간에 걸쳐 적어도 10차례나 장비 압수 또는 협박을 당했다고 밝혔다.
9월에는 미군이 칼디야에서 AP통신 사진기자 차량에 총격을 가했고 근처 지붕 위에서 이 광경을 지켜보던 다른 기자 1명도 미군 전차의 기관총 세례를 받았다. 8월에는 로이터TV의 카메라기자 마젠 다나가 미군에 의해 사살됐다.
최근에는 바그다드 중심부의 안전지대(그린 존)가 자주 공격당하자 기자회견에 참석하려는 취재진이 몸수색을 받느라 1시간 반 전에 도착해야 하고, 갑자기 건물이 봉쇄돼 기자회견장에 들어가지도 못하는 상황까지 발생하고 있다.
이 진기자 lee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