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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野 ‘분권형 대통령제’ 힘 합치나…한나라 중진들 개헌논의

입력 | 2003-11-13 18:52:00


한나라당 일부 중진들이 분권형 대통령제로의 개헌 논의에 다시 불을 지피고 나서면서 개헌론이 다시 정국 화두로 떠올랐다.

특히 야당 내에 분권형 대통령제를 선호하는 의원들이 상당수 있는 데다 노무현 대통령 측근 비리 특검법안의 국회 처리 때 이미 ‘거야(巨野)의 힘’을 보여준 적이 있는 만큼 개헌론이 내년 총선의 핫이슈로 부상할 가능성도 적지 않은 실정이다.

특검법안 표결 때 한나라당과 민주당에서 20명이 불참했는데도 찬성표가 개헌안 가결 의석인 재적의원 3분의 2(182석)를 넘어선 184표가 나왔다는 점은 개헌론이 탄력을 받을 경우 현실화할 수도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 대목이다.

물론 개헌 문제를 둘러싼 각 정파의 속사정과 계산은 현재로서는 제각각이다.

한나라당 내에서는 서청원(徐淸源) 전 대표 진영이 총선 전 분권형 대통령제 개헌을 적극 주장하고 있다. 홍사덕(洪思德) 원내총무도 총선 전 분권형 대통령제 개헌과 중대선거구제 실시를 패키지로 처리하자는 주장이다. 그의 주장은 책임총리제 등을 주장한 바 있는 민주당 및 내각제를 선호하는 자민련과의 ‘야3당 공조’를 굳히기 위한 전술적 카드로서의 성격이 짙다는 게 당 안팎의 분석이다.

그러나 최병렬(崔秉烈) 대표는 개헌론의 당위성엔 공감하지만 논의 자체가 ‘정략’으로 비칠 경우 국민적 명분이 없는 만큼 현재로선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한편 지난달 15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책임총리제 및 분권형 대통령제 개헌문제를 제기한 바 있는 민주당 박상천(朴相千) 대표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한나라당이 무슨 공식 입장을 낸 것도 아니고 몇몇 중진 의원들이 앉아서 그런 얘기를 나눈 것에 대응할 수는 없다”고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여기에는 한나라당이 주도하는 정국흐름에 끌려 다니지 않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그럼에도 당 지도부는 분권형 대통령제 개헌에 대한 여론이 나쁘지 않다면 적극 추진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순수 내각제를 주장해온 자민련도 “한나라당의 의도가 뭔지 모르겠다”면서도 일단 환영 입장을 밝혔다.

한편 청와대와 열린우리당은 한나라당의 개헌론 제기에 대해 “정국을 개헌 국면으로 몰아가 대선자금 수사를 회피하려는 저의가 있는 것 아니냐”며 비판적 입장을 보였다. 이날 오전 열린 수석비서관 회의에서는 “지금 정치개혁이 화두인 시점에 왜 느닷없이 개헌 얘기를 하는지 모르겠다”며 부정적 평가가 나왔다는 후문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현재의 지역 독식구조가 온존된 상태에서 분권형 개헌을 할 경우에는 ‘지역연합’을 통해 내각 장악이 가능해진다”며 “노 대통령의 책임총리제 제안은 이러한 정략적 발상까지 허용하겠다는 것은 아니다”고 못 박았다.

이같이 각 정파의 이해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만큼 개헌논의의 전개방향을 점치기는 힘들다. 다만 야권은 대통령제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높아질 것으로 보고, 노무현 정부에 대한 공세차원에서라도 개헌논의를 본격화하겠다는 입장이어서 논의의 불씨는 쉽게 사그라지지 않을 전망이다.


김정훈기자 jnghn@donga.com

정연욱기자 jyw11@donga.com

정용관기자 yong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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