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盧대통령 “청와대 실세는 정찬용보좌관”…광주발언 논란

입력 | 2003-11-09 18:50:00


‘누가 청와대 실세인가.’

노무현 대통령이 7일 광주에서 이 지역 출신 정찬용(鄭燦龍) 대통령인사보좌관을 청와대 실세로 지목함에 따라 청와대 안팎에서 때 아닌 실세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노 대통령은 이날 “다들 문재인(文在寅)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을 실세라고 말하는데 인사업무를 맡은 정 보좌관이 실세다”라고 말했다. 이 같은 발언은 이 지역 출신인 정 보좌관의 영향력을 거론함으로써 ‘호남민심’을 배려하겠다는 뜻이 담겨있었다는 게 지배적인 해석이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핵심측근이던 이광재(李光宰) 전 국정상황실장이 퇴진한 상황인 만큼 이 발언은 즉각 민감한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현재 청와대에서 공직자 인사권 문제만 놓고 보면 누가 실세인지 잘라 말하기 어렵다. 정 보좌관은 사람을 발탁하는 추천 업무를 전담하고 있고, 문 수석은 추천된 사람이 공직을 수행하는 데 하자는 없는지를 살펴본다. 정 보좌관이 강력히 추천해도 문 수석이 ‘하자가 있다’고 결론을 내리면 결코 통과되기 쉽지 않은 구도다.

실제로 민정수석실의 인사검증 과정에서 하자가 발견돼 중도 낙마하는 케이스가 적지 않다는 게 청와대 내부의 전언이다. 물론 최종적으로는 비서실장 주재 인사위원회에서 각 수석비서관이 합의하는 형식으로 적임자를 천거하지만 인사문제만 놓고 보더라도 문 수석의 권한은 정 보좌관에게 결코 뒤지지 않는다.

더욱이 정 보좌관은 인선업무에만 집중하는 반면 문 수석은 각종 사회현안을 총괄하는 민정 업무를 총괄하고 있다. 권력기관인 검찰과 국정원도 민정수석실 소관이다. 여기다 공직자에 대한 사정기능과 공직기강 업무, 대통령 친인척 관리 업무도 문 수석이 총괄하고 있어 ‘왕 수석’이라는 말이 결코 과한 표현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이광재씨 퇴진으로 대통령의 ‘눈’과 ‘귀’로서의 민정수석실의 역할이 상대적으로 더욱 막강해질 수밖에 없다고 청와대 참모들은 분석한다.

그럼에도 노 대통령이 정 보좌관을 실세라고 부르는 것은 나름대로 이유가 없지 않다는 게 청와대 내부의 시각이다. 인사보좌관실의 한 관계자는 “예전 정부에 없던 인사보좌관을 새로 둔 것은 인사권이 특정인에게 쏠리지 않도록 하겠다는 취지”라면서 “민정수석과 인사보좌관은 적절히 견제하는 관계다”고 말했다. 정부 산하단체인 공기업의 인사권이 상당 부분 정 보좌관에게 있다는 점도 과거 정부와는 다른 모습이다.

최영해기자 yhchoi6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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