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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인터뷰]윤정수 "개그맨이 우는법 배웠다"

입력 | 2003-11-06 18:19:00

MBC ‘!느낌표’의 ‘아시아! 아시아!’ 코너의 윤정수. 그는 “인기인으로 돈이 크게 안들고도 남을 기쁘게 하는 봉사활동을 많이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철민기자


“10년 넘게 방송 생활하면서 처음으로 ‘욕을 안 먹은’ 프로그램이죠.”

국내 거주 외국인 노동자들의 눈물겨운 ‘이산가족 상봉기’를 담은 MBC ‘!느낌표’(토 밤 9시45분)의 ‘아시아! 아시아!’ 코너. 국내 거주 외국인 노동자들의 모국을 찾아가 ‘꿈에도 그리던’ 가족을 데려오는 ‘사랑의 전도사’로 자리매김된 개그맨 윤정수는 때론 당사자들보다 더 뜨거운 눈물을 흘리는 모습으로 시청자들의 심금을 울리고 있다.

2월 중순 시작된 이 ‘가족 상봉 프로젝트’를 개그맨 박수홍과 함께 진행해 온 윤정수를 5일 오후 서울 대학로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그는 방글라데시 인도네시아 등 8개국을 9차례 다녀왔다. 귀엽고 의뭉스러운 TV에서의 모습과 달리 ‘저렇게 말해도 괜찮을까’ 싶을 정도로 그는 단도직입적이고 솔직했다.

―외국인 노동자에 대해 너무 맹목적인 사랑만 강조하는 건 아닌가.

“외국인이라도 잘못했을 때는 아주 엄중히 대해야 한다. 대한민국의 주인은 분명 한국인이다. 그런 점에서 그들은 어느 정도의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한국인도 외국에 나가면 기가 죽더라도 열심히 살지 않는가.”

―현지인들에게 선물을 잘 해서 ‘산타 청년’이란 별명을 얻었다던데.

“처음 간 방글라데시에서 입고 있던 옷과 트렁크를 뺀 모든 것을 선물했다. 선물을 하다보니 ‘그들에겐 이런 것도 선물이 되는구나’ 싶었다. 그 다음부턴 반찬을 담는 찬합이나 잘 안 입는 옷가지까지 몽땅 가져갔다. 요즘엔 서울 동대문시장에서 셔츠나 바지를 사서 트렁크 두세 개에 담아간다. 10만원만 쓰면 티셔츠 수 십장을 살 수 있다.”

윤정수는 그 자신 청각장애인 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효자다. 윤정수는 “장애는 ‘불편’이지 ‘불쌍함’이 아니다. 외국인 노동자들에 대한 시각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출연자는.

“부모의 희망은 자식이다. 수년간 어린 자식들을 보지 못한 부모들이 가장 안타까웠다. 어떻게 그 힘든 세월을 버텼을까. 자야라는 이름의 몽골 여성은 4년 만에 7세, 13세 된 자녀를 만났는데 아이들이 엄마를 낯설어하는 모습에 가슴이 미어졌다.”

―이 코너의 인기가 대단한데….

“외국인 노동자들의 모습을 통해 우리도 뛰지 않으면 죽는다는 절박감을 던져주기 때문일 것이다. 그들의 무서운 마인드를 볼 때 언젠가 그들의 나라가 한국을 추월할 지도 모른다는….”

―당신에겐 이 코너가 무슨 의미가 있나.

“92년 데뷔한 뒤 웃기기만 했다. 처음으로 우는 법을 배웠다. 처음 보는 사람과 금방 말을 트고 호흡을 맞추는 법을 익혔다.”

지금껏 15명의 외국인 노동자가 출연한 이 코너는 12월 27일 방송에서 외국인 출연자들의 근황을 전하는 특집을 끝으로 ‘가족 상봉 프로젝트’를 마감한다. 16일부터 시행되는 외국인 고용허가제로 4년 이상 국내 불법 체류한 외국인이 단속 대상에 오름에 따라 가족과 오랜 기간 떨어져 지낸 외국인 근로자를 물색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인터뷰를 마친 그는 서울대병원에서 열리는 백혈병 어린이들을 위한 자선행사에 참여하기 위해 서둘러 떠났다.

조경복기자 kathyc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