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600kg 무게의 현금을 실은 다이너스티 승용차가 서울 시내에서 잘 달릴 수 있는지를 가리는 이색적인 현장검증이 벌어진다. 또 이 승용차에 현금 2억∼3억원이 든 사과상자가 몇 개나 들어가는지도 조사된다.
4일 서울지법에서 열린 현대비자금 200억원 수수 혐의로 구속 기소된 권노갑(權魯甲) 전 민주당 고문에 대한 4차공판. 담당 재판부는 권 전 고문의 변호인이 “2억원이 든 사과상자 25개를 실은 다이너스티 승용차가 잘 굴러가는지 직접 실험해보자”며 신청한 현장검증을 받아들였다.
변호인측의 현장검증 신청은 현대측이 비자금 200억원을 2억원씩 사과상자 100개에 나눠 담아 다이너스티 승용차에 실은 뒤 4, 5차례에 걸쳐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일대에서 김영완(金榮浣·해외체류)씨측에 전달했다는 검찰 주장을 반박하기 위한 것.
변호인측은 “4차례에 걸쳐 돈을 운반했다면 한 번에 총 50억원에 해당하는 사과상자 25개를 차에 실은 뒤 주행해야 한다”며 “10억원의 무게가 약 117kg이므로 운전사 1명과 50억원을 실었다면 600kg이 넘는다”고 주장했다.
이에 검찰은 “5차례라면 사과상자 20개 분량이며 무게도 500kg이다”고 맞섰다. 또 조사 결과 사과상자에는 2억∼3억원이 들어가고 다이너스티 승용차에는 이런 사과상자를 15∼18개 넣을 수 있는 것으로 검증됐다고 반박했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차에 몇 개의 사과상자를 실을 수 있는지도 검증할 예정이다.
변호인은 은행에서 현금 50억원을 빌리는 데 어려움을 겪자 같은 무게의 종이로 대신하기로 했다.
현장검증은 김충식(金忠植) 전 현대상선 사장이 차에 돈을 싣고 서울 종로구 계동 현대사옥을 출발해 용산구 한남동 하얏트호텔에서 현대 계열사 사장 전모씨에게 돈을 전달한 뒤 전씨가 압구정동으로 이동한 경로를 따라 이뤄진다. 재판부는 현장검증 일자를 추후 지정키로 했다.
김수경기자 sk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