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암 백혈병에서 완치된 어린이들이 4일 서울 종로구 연건동 서울대병원을 찾아 투병 중인 어린이 환자들이 하루빨리 완치되길 기원했다. -안철민기자
“이제 너의 눈망울처럼 건강하고 맑게 자라라….”
백혈병 등 소아암을 이겨낸 어린이 환자들의 완치를 축하하기 위한 잔치가 열렸다.
서울대병원(원장 박용현·朴容현)은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연건동 병원 내 임상의학연구소 1층에서 ‘2003년 소아암 백혈병 어린이 완치잔치 및 어린이병원학교 사랑의 나눔잔치’를 열었다.
개그맨 윤정수의 사회로 진행된 이 행사에서는 몇 년간 입었던 환자복을 벗어 던진 어린이 30명이 한자리에 모여 ‘완치금메달’을 받고 케이크 자르기, 축하공연 등이 열렸다.
2001년 6월부터 태어난 지 5개월 만에 눈에 생기는 암인 망막모세포종으로 병원 신세를 졌던 유신영양(2)도 이날 메달을 받은 어린이 중 한 명.
같은 병에 걸려 이미 시력을 잃은 유양의 어머니 박현애씨(33)는 “불편한 몸으로 아이를 병원에 데리고 다니느라 힘든 점이 많았다”며 “하지만 이제 신영이가 정상 시력을 갖고 살 수 있다고 해 너무 기쁘다”고 말했다.
급성림프백혈병에 걸렸다가 2001년 완치된 뒤 노력 끝에 고입검정고시에 합격, 내년에 일반고교에 진학해 같은 나이의 학생들과 공부하게 된 이태훈군(15)은 이날 특별상을 받았다.
1997년 백혈병에 걸린 뒤 초등학교를 그만두고 병원과 집을 오가며 치료를 받았던 이군은 이 병원 내 어린이병원학교 ‘늘푸른 교실’에서 열심히 공부해 장학금을 받기도 했다.
소아암은 80%의 높은 완치율을 자랑하지만 치료에 2, 3년이 걸리는 것이 단점.
서울대병원측에서는 입원해 있는 어린이들을 위해 늘푸른 교실을 운영해 오고 있다.
어린이병원학교 교장이자 소아과 전문의인 신희영(申熙泳) 교수는 “오늘은 이들 어린이가 ‘원래의 위치’로 돌아가는 날”이라며 “늘푸른 교실에서 배운 것을 토대로 사회에 잘 적응하고 새로이 얻은 생명을 잘 지켰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장에서는 자원봉사자인 늘푸른 교실 교사들이 직접 제작한 아로마향 비누, 천연스카프와 보석류, 학용품, 비디오테이프, 인형 등을 판매하는 바자도 열렸다.
행사장 한편에 설치된 게시판에는 행사에 참가한 한 어머니가 이런 글을 적었다.
“현아, 건강해야 해. 그리고 사랑해. 너로 인해 이런 바자에도 와보고 엄마는 정말 행복해.”
김선우기자 sublim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