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안전기획부(현 국가정보원)의 예산을 빼돌려 한나라당 전신인 신한국당과 민자당 등에 선거자금으로 불법 지원한 혐의(특가법상 국고손실 등)로 기소된 이른바 ‘안풍(安風)’ 사건 관련자들에게 유죄가 선고됐다.
서울지법 형사합의24부(이대경·李大敬 부장판사)는 23일 이 사건으로 불구속 기소된 강삼재(姜三載) 한나라당 의원에 대해 법정 구속 없이 징역 4년에 추징금 731억원을 선고했다.
또 공범으로 기소된 김기섭(金己燮) 전 안기부 운영차장에 대해서는 징역 5년에 자격정지 2년, 추징금 125억원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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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는 “피고인들은 국회의원과 공무원으로서 예산을 엄정하게 집행하고 감시해야 하는 의무를 저버린 채 세밀한 사후감사가 어렵다는 안기부 예산의 특성을 악용해 신한국당의 과반수 의석 확보를 위한 선거운동 지원자금으로 횡령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재판부는 “안기부 계좌에서 신한국당으로 들어간 1197억원이 모두 국가예산이라고 볼 증거가 부족하다”며 검찰의 공소사실 중 96년 총선 당시 731억원, 95년 지방선거 당시 125억원 등 모두 856억원만 국고 손실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강 피고인은 국가이익이 정당이익보다 우선해야 함에도 소속 정당의 이익만을 위해 국민 혈세를 사용하고서도 죄를 털어 놓기는커녕 과거의 정치관행에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며 “다만 강 피고인이 현역 국회의원이고 국회 회기 중임을 감안해 법정 구속은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또 “김 피고인 역시 안기부의 존재 의의를 의심케 하고 국가기관의 신뢰를 떨어뜨린 책임이 크다”고 말했다.
강 의원과 김씨는 95년 지방선거와 96년 15대 총선을 앞두고 안기부 예산 1197억원을 민자당과 신한국당 등에 불법 지원한 혐의로 기소돼 각각 징역 9년이 구형됐다.
강 의원은 선고 직후 “안기부 예산을 당 자금으로 쓴 적이 없다”며 “즉각 항소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 사건 수사기록에 따르면 안기부 자금을 지원받은 정치인은 2001년 수사 당시의180여명 보다 많은 203명, 액수는 533억원인 것으로 밝혀졌다. 개인별로는 강 의원이 가장 많은 17억5000만원을 사용했으며 96년 4월 총선 이후에도 12명의 정치인이 추가로 안기부 돈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길진균기자 l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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