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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피플]부천영화제 '쉬브스키' 출품 김인권인터뷰

입력 | 2003-07-17 18:55:00

올해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대학 졸업 작품으로 감독 주연한 ‘쉬브스키’를 통해 가능성을 인정받은 김인권. 김미옥기자


10일 개막한 제7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PiFan) 월드 판타스틱 시네마 부문에 출품된 영화 ‘쉬브스키’. 그 제목을 처음 본 영화팬들은 대부분 “러시아 영화냐”고 묻는다. 그러나 이 영화는 ‘송어’ ‘조폭마누라’에 나왔던 배우 김인권(26)의 동국대 연극영화과 졸업 작품으로 김영덕 프로그래머의 눈에 띄어 PiFan에 진출했다. 7년만에 대학을 졸업한 김인권은 이 영화에서 감독 주연배우 시나리오 작가 등 1인 3역을 했다.

‘쉬브스키’는 ‘X발새끼’라는 욕설을 빨리 발음한 것. 욕을 입에 달고 사는 3류 양아치 태주를 중심으로 친구 장원과 애인 지선, 그리고 지선을 넘보는 건달 두목 희택의 이야기를 다뤘다. 태주 장원 희택은 고교 동창생으로 졸업 후에도 ‘주먹서열’이 그대로 유지된다.

독특한 점은 이 영화의 구성. ‘지블리언’이라는 외계인이 ‘쉬브스키’(지블리언은 인간을 ‘쉬브스키’라고 부른다)라는 퀴즈쇼를 통해 인간의 행태를 엿본다.

“대학때 ‘퀴즈 탐험 신비의 세계’에 인간을 등장시키면 재미있겠다고 생각했어요. ‘퀴즈 탐험 인간의 세계’인 셈이죠. 인간 생활에는 복잡한 사건이 발생하지만 궁극적으론 ‘종족보존’과 ‘영역확장’ 본능으로 귀결돼요. 희택에게 느끼는 태주의 분노도 결국 종족 보존 때문이고, 제가 배우를 하는 것도 근원을 따져보면 영역확장 때문이 아닐까요?”(웃음)

이 영화의 제작비는 김인권이 마련한 1000만원 남짓으로 세련된 영상을 기대하기 어려운 액수다. 외계인 분장도 노란 우비에 빨간 고무장갑, 조잡한 수염과 눈썹을 얼굴에 그린 게 전부다. 김인권은 “할리우드 영화처럼 찍을 수 없다면 아예 흉내도 내지 말자”고 생각했다고.

그는 이 영화를 찍으면서 담배를 끊었다. 감독을 해보니 고민해야 할 게 수백 수천가지여서 “뇌의 용량을 조금이라도 늘리기 위해 끊었다”고 말한다.

“감독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매체를 통해 전달할 수 있다는 매력이 있죠. 배우는 감독이 만들어주는대로 연기할 뿐이잖아요. 그렇지만 아직 배우로서 갈 길이 멉니다. 감독은 나중 일이죠. 전 희극인이 되고 싶어요. 찰리 채플린, 청룽(成龍), 저우싱츠(周星馳)를 좋아합니다.”

현재 촬영중인 영화 ‘말죽거리 잔혹사’에서 조연을 맡은 그는 내년초 현역으로 입대할 예정이다. 그는 “20대 후반은 남자 배우에겐 외모로도, 연기로도 승부하기에 어중간한 나이”라며 “군대를 다녀오면 더 관록있는 연기를 보여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김수경기자 sk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