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카더라”]붉은 악마, 울트라 닛폰과 패싸움?

입력 | 2003-06-04 20:07:00

일본 현지응원에 참가했던 네티즌이 게시판에 올린 한국 응원단과 일본응원단의 충돌당시 사진.


‘붉은 악마’와 ‘울트라 닛폰’이 민족감정이 개입된 싸움을 벌였다는데….

지난 5월 31일 일본 도쿄 국립경기장. ‘앙숙’ 한국과 일본의 ‘축구 전쟁’이 벌어진 그곳에서 한국 축구국가대표팀 공식 응원단인 ‘붉은 악마’와 일본의 ‘울트라 닛폰’이 또다른 전쟁을 벌였다는 얘기가 꼬리에 꼬리를 물며 확대되고 있다.

붉은악마 홈페이지(http://www.reddevil.or.kr)의 자유 게시판 을 비롯, 여러 포탈 사이트 등에는 경기 당일 일본 현지에서 직접 응원을 펼쳤거나 현장에 있었던 지인으로 부터 소식을 전해들은 네티즌들이 그날의 상황에 대한 글을 꾸준히 올리고 있다.

네티즌들이 각종 게시판에 올린 당시 상황을 살펴보자.

“일본쪽에서 먼저 저희쪽에 일본말로 뭐라고 뭐라고 욕을 하는 상황이었고 그 후에 그 말을 알아들으신 교포분께서 일본사람을 한대 쳤다고 합니다.그러면서 각종 오물들이 오간것 같았고 상황이 조금 격해지면서 저희쪽에서 “ 하지마! 하지마!” 를 외쳤지만 일본사람들이 못 알아듣는 관계로;;…”(네티즌 박은숙)

“하프 타임 바로전..제가 듣기론..우리 섭터들이 꽃가루를 날리니깐..그걸 본 일본관계 측에서 꽃가루를 압수 할려고 해서..실랑이가 좀있었습니다..그리고 하프 타임때 그걸 본 바로 옆 라인 일본 섭터들이 일어서서 달려들고..우리쪽도..맞대응...-_-;; 주먹이 오가고...먼가가 날라가고 날라오고 ;;…” (네티즌 오승철)

네티즌 김호동씨는 일본 응원단이 일본 ‘야후’에 올렸다는 관련 글을 번역, 게재했다. “하프타임때는 정말 대단했다. 아무렇지 않게 주먹을 교환하기도 했고 근접한 거리에서 휴지를 풀스윙으로 던지거나…경찰이 중간에 들어와서 겨우 진정 되었지만, 이것은 나중에 문제가 될거라 생각 되는데, 어떤가요?”

이 글들은 사실일까.

정말 양측의 물리적 충돌이 발생했다면 그 원인은 무엇이었고 어떤 상황까지 전개됐었을까.

그날 도쿄 국립경기장에서 응원을 이끌었던 붉은악마 지원부장 김정연씨에게 자세한 얘기를 들어봤다.

그는 “먼저 당시 응원단 자리문제에 대한 설명이 필요하다”며 말문을 열었다.

“당시 우리 응원단은 한국에서 원정 온 붉은악마, 현지의 민단계열 교포, 재일 유학생 등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당초 1500명 정도의 인원을 예상하고 경기장 15구역에 자리를 잡았지만 2,000명이 훨씬 넘는 많은 인원이 모여 자리배치에 약간의 문제가 발생했다”. 그의 말을 좀 더 들어보자 .

“우리는 일본 경찰에 (자리배정 등에 관한) 도움을 요청했으나 반응이 없었다. 그래서 15구역 주변의 계단 등에 비좁게 들어앉았는데 바로 옆 일본 응원단과의 경계선은 빨래줄 하나가 전부 일 정도로 밀착되어 있었다.”

결국 확보한 좌석보다 훨씬 많은 응원단이 좁은 구역에 빽빽하게 모여앉게 되면서 안전사고등에 대한 대비가 소홀했다는 지적.

싸움은 정말 있었을까. 그는“그렇다”고 답변했다.

하지만 그는 싸움이 어떻게 시작됐는지는 목격하지 못했다.

“충돌이 일어날때 나를 비롯한 붉은악마 집행부들은 1층응원석에 있었다. 이후에 상황을 전해듣고 사태수습차 2층응원석으로 올라갔다”.

그가 전해들은 싸움의 발단은 이렇다.

“전반전이 종료후 하프타임때 2층응원석에서 일부 일본응원단이 한국응원단을 향해 ‘열등국민’이라는 폭언을 퍼부었다. 이말을 알아들은 민단계열 교포들이 격분, 몸싸움이 일어났다”.

그러나 싸움은 크게 번지지 않았다는 설명. “곧바로 양측 응원단이 사태수습을 위해 노력했고 일본경찰까지 투입돼 싸움은 금방 그쳤다. 특히 민단쪽에서 자체적으로 구성한 안전담당 봉사자들이 ‘인간 바리케이트’로 몸싸움이 일어났던 양국 응원단 주변을 재빨리 분리해 더 큰 싸움으로 확대되는 것을 막을 수 있었다”고 그는 덧붙였다.

그는 또 “일본 응원단은 크게 울트라 닛폰과 ‘울트라스’로 구분되는데 당시 충돌사건의 빌미를 제공했던 것은 울트라스 쪽인것 같다. 일본의 한 프로축구단 서포터들이 주축이 된 그들은 축구에 대한 열정이 대단해 때때로 강경한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라는 해석을 내리기도 했다.

그의 말을 들어 보면 작은 소동은 있었지만 양측 응원단의 분위기는 화기애애 했던 것으로 보인다.

“한국팀을 좋아하는 많은 일본팬들로 부터 적잖은 성원을 받았으며 선물까지 제공한 일본팬들도 있었다.이날 일본 응원단이 싸움의 빌미를 제공한 것은 사실이나 사태가 수습된 후 양측 응원단은 더 이상 크게 동요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하프타임이 끝난 후엔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금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가 열정적인 응원을 펼쳤다. 경기후에도 우려했던 재발사태는 일어나지 않았다”.

그는 마지막으로 네티즌들에게 당부의 말을 전했다.

“일부, 정말 극소수의 응원단 사이에서 일어났던 순간의 불미스러운 일을 마치 붉은 악마 대 울트라 닛폰이라는 양국 응원단 전체에서 일어난 일인것처럼 확대해석해서는 정말 곤란하다.”그는 이말을 여러차례 강조했다.

고영준 동아닷컴기자 hotbas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