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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2003]FedEx 슈퍼허브 멤피스공항

입력 | 2003-05-20 18:00:00

야간에 멤피스의 페덱스 슈퍼 허브에 착륙한 비행기에서 화물을 꺼내고 있다. 사진제공 페덱스


#슈퍼 허브(Super Hub), 잠에서 깨어나다

14일 오후 10시50분 미국 테네시주 멤피스 국제공항. 저 멀리 하늘에서 첫 번째 비행기 불빛이 공항을 향해 서서히 다가오기 시작했다. 세계 최대의 국제 특송 항공사인 페덱스(FedEx)의 중추터미널 역할을 하는 ‘슈퍼 허브’가 잠에서 깨어나는 순간이었다. 페덱스는 멤피스 국제공항을 야간에 독점적으로 사용한다.

전 세계 공항에서 출발한 페덱스 비행기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몰려들자 하늘이 금방 붉게 물들었다. 직전까지 정적이 감돌던 공항이 비행기 엔진소리로 갑자기 활기를 띠었다. 페덱스 비행기는 90초마다 1대 꼴로 착륙했다. 이날 밤 멤피스 공항에 내린 비행기는 총 143대.

비행기가 도착하자 9000여명에 이르는 슈퍼 허브 직원들의 움직임이 부산해졌다. 비행기 화물칸이 열리자 직원들이 휴대용 컨베이어벨트를 이용해 평균 무게가 1000kg에 이르는 알루미늄 컨테이너를 내려놓기 시작했다. 비행기에서 컨테이너를 비우는 데 걸리는 시간은 평균 17분. 컨테이너를 페덱스의 화물분류시설로 운반하는 차량들이 지상을 메우면서 공항 활주로는 도심의 러시아워를 연상시킬 정도로 교통량이 많았다.

페덱스는 전 세계에 8개의 허브 공항을 가지고 있다. 이 중 가장 큰 멤피스 공항을 슈퍼 허브라 부르는 것.

#데드라인 오전 2시7분을 맞춰라

비행기에서 내려진 알루미늄 컨테이너는 화물분류시설로 옮겨졌다. 페덱스는 매일 평균 310만건의 화물을 배달하는데 이 중 3분의 1인 100만건이 멤피스 공항을 거쳐서 간다. 따라서 멤피스 슈퍼 허브는 매일 저녁 100만건의 화물을 목적지별로 분류해서 해당 비행기에 실어야 한다. 이날 100만건의 화물을 목적지별로 분류하는 데드라인은 15일 오전 2시7분.

분류작업은 일부 사람 손을 거치기도 하지만 대부분이 자동으로 이뤄진다. 1단계 분류작업은 무게와 부피에 따른 분류. 전자센서가 자동으로 화물의 무게와 부피를 측정한 뒤 화물을 세 가지 등급으로 분류한다. 1단계 분류를 마치면 화물은 컨베이어벨트를 타고 2단계 분류장소로 옮겨진다.

산더미처럼 쌓여있는 화물은 수십 개의 전자센서가 설치된 컨베이어벨트를 타고 이동한다. 전자센서는 화물에 있는 바코드를 읽고 목적지에 따라 화물을 순식간에 분류한다. 서류를 처리하는 분류센터의 경우 1시간에 25만건을 처리할 수 있을 정도로 성능이 뛰어나다. 분류가 최종 완료된 시간은 오전 2시5분. 데드라인을 가까스로 맞췄다.

#목적지를 향해

이제 짐을 비행기에 옮기는 일만 남았다. 배달사고를 막기 위해 화물을 컨테이너에 넣기 전에 두 세 차례 점검을 한다. 화물이 컨테이너에 담겨져 공항에 있는 비행기에 모두 옮겨진 시간은 오전 5시. 공항관제센터에서 이륙 신호가 떨어지자 143대의 비행기가 차례로 아시아, 유럽, 미 로스앤젤레스 등 목적지를 향해 출발했다. 슈퍼 허브가 하룻밤의 일과를 끝내고 이제 공항을 일반 항공사들에 넘겨주는 순간이었다.

멤피스(미국)=공종식기자 k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