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을 가지고 요리사는 맛있는 요리를 만들고, 조각가는 아름다운 예술품을 창조한다. 그러나 칼이 흉한의 손에 들어가면 사람을 죽이는 흉기로 변한다. 지금 많은 사람들이 쓰고 있는 정보기술과 인터넷도 마찬가지다. 잘 사용하면 인간의 삶을 윤택하고 아름답게 할 수 있지만 잘못 사용하면 사회를 혼란에 빠뜨릴 수도 있다.
‘연장을 만드는 인간(Homo Habilis)’으로서 우리는 줄곧 많은 도구와 기계를 만들어냈다. 농기구를 만들고, 공장을 짓고, 달에 가는 우주선을 만들고, 높은 집을 짓고, 인류를 몰살할 수 있는 가공할 핵무기를 제작하게 되었다. 농업혁명과 산업혁명을 통해서 의식주 생활을 크게 향상시키고, 정보혁명시대로 들어섰다.
이렇게 사회가 변화해 가는 과정 속에서 우리는 원하지 않는 새로운 문제들을 접하게 되었다. 산업혁명이 계속되면서 공장노동자들은 비참한 생활을 하게 되었고 도시는 혼잡해졌으며 자연은 크게 파괴되었다.
산업혁명은 정보혁명으로 이어졌다. 전기의 발명, TV의 등장, 컴퓨터의 출현은 인간사회가 좀 더 빠르게 지식을 생산하고, 교환하고, 쓸 수 있게 함으로써 여러 분야의 생산성을 한층 높여 놓았다. 그러나 컴퓨터를 통한 금전적 범죄, 음란물의 확산, 어린이들의 불균형한 시간활용 등이 걱정거리로 등장했다.
인터넷이 대중화되면서 그 폐해는 더 이상 보고만 있을 수 없는 상태에 이르렀다. 상업광고 및 음란물의 홍수, 바이러스 침투에 의한 정보망 파괴, 언어 파괴, 언어폭력, 정보 격차에 따른 소외계층의 발생 등이 그것이다. 동아일보와 개발연구협의체를 비롯해 여러 기관 및 기업이 건강한 인터넷 운동을 추진하는 것은 이러한 이유에서다. 인터넷의 역기능을 해결하고 올바른 언어소통에 의해 정보를 교환하고 정책을 결정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함이다.
물론 이 사업을 성공적으로 실천하기 위해서는 여러 시민단체, 교육기관, 학술단체, 정부기관, 언론기관 등의 긴밀한 협력이 절실하다.
이러한 운동에 가장 중요한 것은 운동의 철학적 바탕이다. 칼이 문명의 이기냐 흉기냐를 결정하는 것은 칼을 손에 쥔 사람의 가치관이다.
아무리 효율적인 스팸제거 방법이 창안되고, 엄격한 벌칙이 집행되더라도 가치가 전도된 사회에서는 인터넷을 올바로 사용하기가 어렵다. 새로운 가치관이 우리의 기술적 발전을 이끌어야 우리의 사회가 기술의 혜택을 누릴 수 있다.
건강한 인터넷 운동은 정보혁명 시대의 문제를 단순히 기술적으로 해결하려는 운동이 아니다. 이 운동은 제4의 혁명, 즉 ‘가치혁명’시대를 여는 새로운 종합적인 국민운동이다. 가치의 기준을 확립하고, 기술을 윤리적으로 사용해서 우리의 새로운 미래를 창조해야 한다.
농업혁명, 산업혁명, 정보혁명은 다른 나라에서 우리나라로 들어왔다. ‘가치혁명’은 우리가 종주국이 되자.
임길진 미시간주립대 석좌교수·개발연구협의체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