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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경영]'최고사령부'…"전쟁…장군에게만 맡길수 없다"

입력 | 2003-04-25 17:51:00


◇최고사령부/엘리엇 코언 지음 이진우 옮김/432쪽 1만4500원 가산출판사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이라크전쟁 전에 읽었다고 뉴욕 타임스에 보도된 그 책이다.

이 책은 남북전쟁을 승리로 이끈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 제1차 세계대전을 마무리한 프랑스 조르주 클레망소 총리, 제2차 세계대전의 주역 윈스턴 처칠 영국 총리, 이스라엘 독립전쟁을 지휘한 다비드 벤구리온 초대 총리 등 4명을 통해 전시에 정치 지도자의 리더십은 어떤 것이어야 하는가에 대해 조명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군 사정에 어두운 민간인 정치 지도자는 최고 군 장성의 인사와 전쟁의 거시적 목표 제시만 수행하고 군사적인 문제에 대해서는 관여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 통용되는 ‘정상 이론’ 주류를 이루고 있다.

하지만 전쟁영웅으로 불리는 4명의 지도자를 분석한 저자의 결론은 최고 정치 지도자가 적극적으로 군사적 측면에도 개입해야 승리할 수 있다는 것이다.

클레망소 총리가 말한 대로 “전쟁은 너무 중요하기 때문에 장군에게만 맡겨놓을 수는 없다”는 것.

저자는 ‘정상적 이론’으로 치러진 전쟁으로 베트남전을 들고 있다. 당시 L B 존슨 대통령은 하노이의 폭격지점까지 일일이 지정하는 등 세세한 군 작전에 관여했다는 것에 비춰보면 이상하게 들릴 지적이다. 그동안 베트남전은 ‘미군의 한쪽 팔을 등 뒤로 묶었다’는 표현이 나올 정도로 민간 지도자의 지나친 간섭의 대명사로 여겨졌고 이후 군사작전의 열쇠는 군인들이 쥐어야 한다는 정상 이론이 부각됐다.

그러나 저자의 시각은 이와 다르다. 당시 민간 지도부는 폭격지점 같은 쓸데없는 곳에 간섭했지만 정작 중요하고 결단이 필요한 문제에서는 군의 입장을 비판 없이 수용하거나 방기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4년 반 동안 베트남전 군사령관을 맡았던 윌리엄 웨스트모어랜드는 군사작전에서 민간 지도부의 간섭을 거의 받지 않았다. 전쟁 당시 ‘수색과 소탕’이라는 근본적인 작전 전략이 순조롭게 진행되지 않았음에도 민간 지도부는 그 작전이 나오게 된 전략적 배경과 성과 부족에 대해 따져 묻지 않았다는 것이다.

만약 클레망소 총리였다면 일주일에 2, 3번은 작전지역을 방문해 현장에서 문제점을 파악했을 것이고 처칠 총리였다면 수많은 질문을 던져 전략의 타당성과 실행 가능성을 알아봤을 것이다.

부시 대통령이 이 책을 읽은 데에는 실용적 목적도 있었을 것이다.

책에 따르면 걸프전은 미국이 승리하긴 했지만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이 당시 콜린 파월 국방장관 등 군 수뇌부의 말만 듣고 조기 종전함으로써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의 부활을 막지 못한 미완의 전쟁이 됐다는 것이다.

그는 아마 이 교훈을 이번 전쟁에서 응용했을 것이다.

미 존스홉킨스대 국제대학원 전략학 교수로 재직 중인 저자는 미 국방장관의 정책기획 참모와 미 연방예비군 육군 첩보담당관을 지냈으며 현재도 미 국방장관의 군사적 자문역할을 하는 국방정책위원회 위원이다. 원제 Supreme Command.

서정보기자 suhcho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