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노동조합(위원장 김영삼)이 26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KBS 본관 현관 앞에서 서동구 신임 사장에 대한 출근 저지 농성을 벌이고 있다. -박주일기자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13대 국회의원이던 90년 ‘대통령 측근의 KBS사장 임명’에 반대하는 시위에 참여했고 91년에는 ‘90년 KBS 파업사태’를 높게 평가하는 강연을 한 것으로 당시 자료를 통해 26일 확인됐다.
노 대통령의 언론특보 출신인 서동구(徐東九) 사장의 임명을 반대해온 KBS노동조합은 91년 당시 강연회를 기록한 KBS노보를 24일 인터넷 홈페이지(www.kbsunion.or.kr) 게시판에 올렸다.
한나라당 박종희(朴鍾熙) 대변인은 이에 대해 논평을 내고 “노 대통령 특유의 이중성이 또다시 확인됐다”고 비난하고 나섬으로써 서 사장 임명 과정과 함께 노 대통령의 당시 행적이 정치쟁점화할 전망이다.
당시 신문보도에 따르면 노 대통령은 90년 4월 21일 서울 연세대 대강당에서 열린 ‘국민연합’ 발대식에 참석했다. 전민련 전노협 전교조 전대협 등이 참여하고 있던 국민연합은 이날 KBS사태와 관련해 “정부는 (KBS) 서기원(徐基源) 사장의 임명을 철회하고 KBS에 대한 공권력 투입 책임자를 즉각 처벌해야 한다”며 “요구가 수용되지 않으면 KBS 방송 민주화 투쟁을 벌이겠다”고 결의했다.
‘KBS 사태’는 노태우(盧泰愚) 정부가 서영훈(徐英勳) KBS 사장을 ‘예산 편법운용’을 문제삼아 경질하고 청와대 대변인 출신인 서울신문(현 대한매일) 서기원 사장을 KBS 사장으로 임명하면서 빚어진 노조의 파업사태를 말한다. 당시 KBS노조는 “정부가 입맛에 맞는 인물을 공영방송의 사장으로 취임시키기 위해 서영훈 사장의 상여금 지급방식을 문제삼았다”고 주장하며 19일간 파업을 벌였다.
노 대통령이 당시 국민연합 발대식에서 어떤 발언을 했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노 대통령은 발대식 직후 국회 노동위원회를 앞두고 배포한 의원 개인명의의 보도자료를 통해 “KBS사태는 정권 차원의 성급한 공권력 투입으로 악화 일로를 치닫고 있다”고 지적했다.
91년 7월 5일자 KBS노보에 따르면 노 대통령은 또 KBS조합원을 상대로 “90년 KBS 대투쟁은 폭넓은 지지를 받았고 KBS가 자주언론으로 서는 힘찬 투쟁이 됐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김승련기자 srkim@donga.com
박민혁기자 mh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