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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戰 카운트다운]촘스키가 본 이라크戰과 세계정세

입력 | 2003-03-19 18:12:00


《“세계 챔피언과 유치원생이 겨루는 싸움을 복싱경기라 할 수 없듯이 엄청난 힘의 불균형 속에 감행될 이번 사태는 ‘전쟁’이라고조차 할 수 없다.”

세계적 언어학자이자 미국의 대표적 진보지식인인 놈 촘스키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는 본보에 보내온 서면 인터뷰에서 초읽기에 들어간 이라크전쟁의 정당성에 강한 의문을 제기했다.

또 미국 주도로 강행될 이번 전쟁이 세계 정세와 안보에 미칠 위협에 대해 심각하게 우려했다. 그러나 그는 대중의 힘과 응집력을 바탕으로 한 ‘운동’을 통해 미 정부의 독단적 정책의 방향을 바꿀 수 있다는 강한 희망을 나타내기도 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요지.

―이번 전쟁이 미칠 파장은….

“이번 공습으로 인해 이라크 사회는 붕괴될 것이고 미국과 세계 곳곳은 테러의 위험에 더 노출될 것이다. 외교협회(미 행정부의 싱크탱크)의 최근 보고서에서도 이라크전쟁으로 테러 가능성이 더 커졌다고 경고한 바 있다.”

―이라크 내 민주주의 건설이 미국 정부의 목적에 포함돼 있나. 미국은 동맹국들의 강한 반발에 부닥치고 있는데….

“만일 워싱턴에 모든 것이 맡겨진다면 가장 ‘최선’으로 바랄 수 있는 것은 지난 한 세기 동안 미국과 추종 세력들이 세계 곳곳에 설립한 명분뿐인 ‘민주주의’일 것이다. 이번 전쟁을 반대했던 동맹국들은 전후 복구작업에 개입하는 것을 더 꺼려할 것이다. 이것은 이라크나 중동에 고무적인 소식이 아니다. 그러나 여론의 힘은 다른 결과도 가능케 할 수 있다.”

―전 세계적인 반전여론에도 미국이 공습을 강행할 것으로 보이는데 이로 인해 반전운동의 영향력이 쇠퇴할 것인가.

“그것은 오랜 기간 노동자들의 권리, 성 평등 등 사회정의를 위해 싸워온 이들이 한꺼번에 목표를 이루지 못했다고 해서 좌절할 것이라는 논리와 같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점은 이번 반전운동이 전례 없이 대규모로 전개됐다는 점이다. 이 같은 반미감정, 반전운동은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추구하려는 것이 진정한 세계평화가 아니라 미국의 ‘제국주의적 야심’에 있다는 것을 세계가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나온 것이다. (반전운동 진영이) 해야 할 일은 산적해 있다.”

―미국이 독자적인 전쟁을 감행할 경우 유엔의 미래는….

“유엔은 미국의 의지에 반하는 한계선을 한번도 넘어보지 못했다. 현 부시 행정부는 그 어느 때보다 분명하게 유엔과 국제법 등이 미국을 지지하지 않는다면 무의미하다는 점을 분명히 밝혔다. 미국을 지지하지 않으면 역사의 잿더미 속으로 사라져 버리라는 것이다. 그러나 그 결과는 우리가 앞으로 어떤 행동을 취하느냐에 달려 있다.”

―만일 2000년 대선에서 앨 고어 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당선됐다면 사정이 달라졌겠는가.

“미 진보진영의 전성기였던 케네디나 존슨 시절 미 정책이 더 이성적이고 덜 폭력적이었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고어 후보가 당선됐다면 정책의 일부가 달라졌을 수 있다고는 생각한다. 부시 행정부는 80년대 레이건 시절과 같이 대중의 공포심을 조장하고 이를 악용해 자신들의 의제를 실현하는 정책을 행하고 있다. 이는 미국이 더 강경하고 폭력적인 정책을 펴고 국제사회에서 더 대립적인 입장을 고수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

김정안기자 credo@donga.com

▼놈 촘스키 약력▼

―1928년 미국 필라델피아 출생

―1955년 펜실베이니아대 언어학 박사

―1961년 32세에 MIT 정교수

―1976년 MIT 석좌교수

-셰익스피어, 마르크스와 함께 인문학에서 가장 많이 인용되는 10대 인물

―‘최소주의 언어이론’ ‘언어지식’ 등 언어학 분야의 연구서 외에 미국의 대외정책을 비판한‘숙명의 트라이앵글’ ‘불량국가’ ‘그들에게 국민은 없다’ ‘507년, 정복은 계속된다’ 등 70여권의 저서와 1000여편의 논문 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