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한 한국 정치인의 딸’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한 한국 여성이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취임과 관련한 기고문을 뉴욕 타임스에 실었다. 하버드대 래드클리프 연구소 방문연구원인 정하연씨(소설가 겸 번역가)는 25일자 뉴욕 타임스 사설·의견면에 게재된 ‘한국에서 민주주의 취임’이라는 기고문에서 “한국인은 그동안의 ‘집단적 자기혐오’를 떨치고 진정한 민주주의의 길로 나아갈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노 대통령에게 생소함과 의구심을 느끼고 있는 미국인들에 대해 “우리가 전쟁의 위험을 잊었기 때문이 아니라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 나아가기를 원했기 때문에, 미국을 증오하기로 했기 때문이 아니라 우리의 의견이 전 세계에서 중요하게 받아들여지기를 바랐기 때문에 그를 선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씨는 1979년 박정희(朴正熙) 전 대통령 사망 직후 정치에 입문한 자신의 아버지(1995년 작고)가 박정희 정권의 몰락 후 더 억압적인 군부정권을 만나게 되자 “한국인은 민주주의를 할 자격이 없다”고 말했다고 털어놓았다.
정씨는 “그러나 노 대통령의 취임으로 비로소 민주주의의 정신이 우리 것이 됐다고 느낀다”고 지적했다.
그는 노 대통령이 가난한 가정에서 태어나 독학으로 변호사가 된 만큼 부패로 얼룩진 기득권 세력과 거리가 멀고, 고질적인 지역감정의 타파를 위해 보장된 정치적 장래를 포기할 만큼 소신이 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뉴욕 타임스 의견면은 이 신문 칼럼니스트들의 칼럼과 저명인사 및 전문가들의 기고가 실리는 지면이다.
정씨는 ‘프레이리 쉬너’ ‘3페니 리뷰’ 등의 단편소설을 펴냈으며 소설가 오정희씨의 단편소설들을 영어로 번역하기도 했다. 정씨는 서강대를 거쳐 에머슨 칼리지에서 창작과정 석사학위를 받았고 지난해부터 래드클리프 연구소에서 방문연구원으로 있으면서 어쩔 수 없이 미국에서 망명생활을 하는 반미운동가를 그린 소설 ‘백마’를 집필 중이다.
뉴욕=홍권희특파원 koni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