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린 파월 미국 국무장관은 9일 대(對)이라크전쟁을 개시하는 데 ‘결정적 증거(smoking gun)’가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이는 한스 블릭스 유엔무기사찰단장이 이라크에서 벌인 대량살상무기 사찰활동 중간보고에서 “‘결정적 증거’가 나오지 않았다”고 밝힌 직후 나온 것이다.
미국은 사찰단의 활동과 무관하게 미 해병대원들의 전역을 향후 1년 동안 금지하는 등 이라크 압박 수위를 점차 높여 가고 있다.
▽파월의 강경 발언=파월 장관은 N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블릭스 단장의 발언에 대해 “연기 나는 총이 없다고 총이 없다는 뜻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총이 발견되지 않았다 해도 “사담 후세인이 진상 규명에 협력하지 않는다고 국제사회가 판단하면 그는 유엔결의(1441호)를 위반한 것이며 이때는 결정적인 증거가 필요치 않다”고 말했다.
애리 플라이셔 백악관 대변인도 “감춰진 무기의 문제는 연기를 볼 수 없다는 것이지만 우리는 그곳에 무기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블릭스 단장의 발언 의미를 축소 평가했다.
파월 장관은 또 블릭스 단장과 모하메드 엘바라데이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이 유엔안전보장이사회에 이라크 최종 사찰결과를 보고하는 27일이 공격개시 ‘D데이’는 아니라고 말했다.
한편 제임스 존스 미 해병대사령관은 이달 15일부터 내년 1월 31일까지 해병대 장병들의 전역금지 명령을 내렸다고 AP통신이 해병대 대변인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전역금지 조치는 1991년 걸프전 직전에도 내려졌으며 지난해 가을 아프가니스탄 공격 때도 육군 특수부대원들에게 비슷한 조치가 취해졌다.
▽후세인 “전쟁 불사”=망명설이 제기되고 있는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은 “이라크 민중은 이미 적들과 싸워 본 경험이 있어 결코 주눅들지 않을 것”이라며 “미국의 전쟁 위협에도 이라크는 결코 겁먹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이라크 관영 INA통신이 전했다.
그는 자신의 준(準)군사조직 ‘폐다인’을 이끌고 있는 장남 우다이, 정예 공화국수비대 수장인 둘째아들 쿠사이와 함께한 자리에서 이같이 말하고 “이라크 민중과 군 등 우리 모두는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뉴욕=홍권희특파원 konihong@donga.com
박래정기자 eco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