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D-3일인 16일 한나라당 김영일 사무총장(오른쪽)이 선거준비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 서영수기자
《16대 대선 투표일을 사흘 앞둔 16일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서로 승리를 자신했다. 한나라당은 투표 당일 ‘숨은 지지표’가 위력을 발휘할 것으로 기대했고, 민주당은 선거 초반의 우세가 계속 유지되면서 승세 굳히기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주장했다.》
▽한나라당〓한나라당의 필승론은 △안정 희구 보수층 결집 △행정수도 이전론의 역풍 △침묵하는 다수의 표심 등에 논거를 두고 있다.
최근 북한의 핵시설 가동 재개가 불러일으킨 안보위기론이 느슨했던 보수층을 결집시키는 계기가 됐고, 민주당 노무현(盧武鉉) 후보가 “이번 대선은 전쟁이냐 평화냐의 선택”이라고 위기의식을 부추기며 2분법적 논리로 접근한 게 패착이었다고 평가하고 있다.
이종구(李鍾九) 특보는 “국민에게 ‘불안한 심리’를 자극하는 요인 자체가 이회창(李會昌) 후보에 대한 표쏠림 현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유권자들의 감성적 심리는 선거가 임박할수록 이성적으로 변한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또 행정수도 이전론에 대한 파상 공세가 수도권 유권자들로부터 역풍을 불러일으키는 데 성공했다고 보고 있다. ‘수도권 경제파탄론’이 아파트나 집 한채가 재산목록 1호인 30, 40대 수도권 부동층에 먹혀들었다는 얘기다.
‘노무현-정몽준 연대’가 오히려 노 후보의 정체성을 희석시켜 개혁 성향의 20, 30대 이탈로 이어질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윤여준(尹汝雋) 미디어대책위원은 “노-정 연대가 결과적으로는 노 후보의 정체성을 상실하는 독약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
이 밖에 6월 지방선거와 8·8 재·보선 때 드러났던 ‘숨은 표심’이 이번에도 큰 위력을 발휘할 것으로 기대한다.
이병기(李丙琪) 특보는 “무응답층의 상당수는 이 후보 지지자라고 보면 된다. 부동층의 3분의 2는 한나라당 표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측은 숨은 지지표가 전체의 8% 안팎에 이를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대선 D-3일인 16일 민주당 이낙연 대변인(오른쪽)이 선거준비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 안철민기자
▽민주당〓특별한 돌발변수가 없다면 승리는 확실하다고 자신하는 분위기다.
지난주 행정수도 이전 문제를 놓고 한나라당이 대대적인 공세를 펴면서 노 후보의 지지도가 다소 하강세를 보였으나, 주말을 기점으로 안정세로 돌아서면서 단순지지도와 판별분석 모두 앞서고 있다는 것이다.
이해찬(李海瓚) 선대위 기획본부장은 “여론조사기관과 자체 조사결과를 토대로 시뮬레이션을 해본 결과 투표율을 80%로 볼 경우 74만표 차로 이길 것으로 예상된다”며 “20, 30대의 투표율이 낮을 경우엔 60만표 차로, 투표율이 다소 높으면 90만표 차까지 벌어질 것으로 본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여기에다 현재의 판세 분석에 부재자 투표결과가 반영되지 않았으나 부재자 투표에서만 최소 20만표 이상 앞설 것으로 추산된다고 분석한다.
또 민주노동당 권영길(權永吉) 후보 지지층이 사표(死票) 방지심리 때문에 투표장에서는 노 후보 지지로 상당수 돌아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만 민주당은 노 후보가 과거 부산에서 4차례 출마했을 때에 여론조사에서는 이기고 선거에서 졌던 전례처럼 선거 막판 부산경남(PK)지역 지지표가 대거 등을 돌리는 사태를 가장 우려하고 있다. 양자대결 구도인 만큼 부산경남에서만 지지층의 10%가량이 빠져나갈 경우 판세가 뒤집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한나라당이 주장하는 ‘숨어 있는 야당표’에 대해서는 “이미 부동층 비율이 20% 초반대로 줄어들면서 표심이 굳어져 가는 상황”이라며 “숨어 있는 표는 1%에도 못 미친다”고 일축했다.
김정훈기자 jnghn@donga.com
이종훈기자 taylor5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