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베이징에서 회동한 장쩌민(江澤民)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북한의 핵 포기를 촉구하고 나섰다. 두 사람은 정상회담을 마친 뒤 발표한 공동선언에서 “한반도 비핵화와 대량살상무기의 비확산 노력이 국제 사회와 동북아의 안보를 위해 중요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고 밝혔다. 북한의 우방인 양국이 공동으로 북한의 핵무장에 반대한다는 의사를 공개적으로 천명한 것이다.
이로써 북한의 핵개발에 대한 국제 사회의 입장은 확연하게 정리됐다고 할 수 있다. 북한은 가장 강력한 우방조차 반대하는 핵개발을 추진하고 있는 셈이 된 것이다. 중러 양국 정상이 비록 1994년 제네바 핵합의 준수를 촉구하면서 북한과 미국 양쪽을 겨냥하기는 했으나 초점은 북한의 핵무장 불가(不可)로 모아진다. 두 정상의 발언은 우방에 대한 충고이자 태도 변화를 촉구하는 외교적 압력이라고 할 수 있다.
북한은 양국 정상의 발언을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가장 강력한 우방까지 반대하는 핵무장을 끝까지 추진할 경우 과연 무엇을 얻을 수 있는지를 심각하게 따져보는 것이 좋을 것이다. 중러 정상의 발언은 북한의 붕괴도 원치 않지만 북한이 핵무기로 주변을 위협하는 것도 반대한다는 분명한 선언이다. 북한은 보다 더 큰 틀에서 상황을 직시해야 한다. 핵개발을 강행해도 중러가 국제사회에서 방패막이 역할을 하고 북한의 생존을 위해 필수적인 지원을 계속할 것이라는 잘못된 환상에 빠져서는 안 된다.
북한에 주어진 시간은 길지 않다. 미국이 담당하는 중유 공급이 당장 이달부터 중단되고 그 이후의 시나리오는 북한의 행동에 달려 있다. 미국 행정부와 의회의 분위기는 무작정 기다릴 것 같지도 않다. 대선이 변수로 등장했지만 새로 등장할 남한 정부의 대북정책이 강경해질 가능성도 있다. 북한이 뒤늦게나마 국제 사회의 분위기를 제대로 파악하고 우방의 충고를 전향적으로 수용해 최악의 상황을 피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