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뉴욕리포트]줄리아니의 전성시대

입력 | 2002-11-28 16:11:00

루돌프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AP연합


‘어렵지만 중요한 이 일을 누가 맡아야 할까.’ 뉴욕, 아니 미국에서 이럴 때 꼭 거론되는 ‘만능선수’가 있다. 전 뉴욕시장 루돌프 줄리아니(58)다. 미 증권거래위원회(SEC) 하비 피트 위원장이 인사파동으로 끝내 낙마한 직후에도 후임으로 그의 이름이 언론에 오르내렸다. 또 회계부정 등으로 좌초해 법정관리 중인 장거리전화회사 월드컴의 회장 후보로도 그의 이름이 나왔다.

뉴욕시장으로 재직 중 기습적으로 맞닥뜨린 ‘9·11테러’를 통해 세계적인 지도자로 ‘뜬’ 덕분이다. 그는 시사주간지 타임의 ‘올해의 인물’(2001년)에 선정됐고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으로부터 기사 작위도 받았다.

올해 그는 비즈니스맨으로 명함을 바꿨다. 시장 시절 못지않게 바쁘게 산다. 그가 운영하는 회사 ‘줄리아니 파트너스’는 컨설팅과 투자가 주 업무다. 버나드 케릭 전 경찰국장, 토머스 반 에센 전 소방국장 등 그와 함께 일했던 주요 간부들이 이 회사에 참여하고 있다.

회사는 이미 굵직한 고객을 확보했다. 미국 최대의 증권회사 메릴린치는 뉴욕주 검찰로부터 기업평가 부정과 관련해 조사를 받을 때 검사 출신인 줄리아니씨를 변호인으로 선임했고 컨설팅 계약을 했다. 무선통신회사 넥스텔도 이 컨설팅회사의 고객이다. 범죄도시로 악명이 높은 멕시코의 수도 멕시코시티는 줄리아니팀에 범죄와의 전쟁 자문 계약을 체결했다. 회사 직원은 금세 35명으로 불어났다. 아직 투자자금은 없지만 전문인력을 갖춰놓고 있다. 회계법인 언스트 영은 업무제휴를 맺었다.

‘줄리아니 파트너스’의 주업무인 안전분야의 시장규모는 미국만 1110억달러. 10년간 매년 10%씩 성장할 것이란 전망도 있다. 이 분야 컨설팅 시장규모는 연간 100만달러다. 줄리아니씨와 안전문제로 상담한 기업측에선 “현장을 방문한 줄리아니씨가 100% 관심을 기울여준다”면서 만족해한다. 업계에서는 줄리아니씨의 회사가 올해 1억달러 이상 벌 것으로 보고 있다.

컨설팅회사 파트너 5명 중 한 사람인 브루스 타이텔바움은 “줄리아니씨는 돈도 벌고 정치에도 계속 관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당초에 시장직에서 물러나 뉴욕주 상원의원에 도전하려했던 줄리아니씨의 꿈은 ‘9·11’ 이후 완전히 달라졌다. ‘더 높은’ 자리다. ‘대통령을 노린다’는 보도가 두어차례 나오기도 했다. 그가 다른 공직에 나서면 현재의 컨설팅팀은 다시 그와 한 팀이 돼서 일할 것이라고 언론은 보도하고 있다.

줄리아니씨의 요즘 일정표는 강연 스케줄로 꽉 차 있다. 사람들을 모아놓고 마이크를 잡았다 하면 10만달러다. 평소에도 시간이 겹치는 주요한 행사 서너곳에 초대를 받아 어디로 가야할지를 결정하느라 골치를 앓을 정도다. CBS의 데이비드 레터맨 쇼에도 자주 나온다. 방송 중 그는 농담으로 말했지만 레터맨 자리를 빼앗거나 다른 쇼의 호스트 자리를 차지할지 모른다는 소문도 있다.

TV에 나오면 책 이야기를 빠뜨리지 않는다. 그가 쓴 ‘리더십’이란 책이다. 5주간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1위였다. 전국 주요 도시에서 열린 책 사인회에는 시민들이 그의 얼굴을 보려고 최고 9시간까지 줄을 서 있었다. 30년간의 공직생활을 정리한 이 책에서도 그는 독자들이 궁금해하는 위기 극복과정에 대해 자세히 쓰지 않고 곧 나올 자서전으로 미뤄놓았다.

줄리아니씨는 책에서 몇가지 리더십의 원칙을 밝히고 있다. ‘먼저 할 일을 먼저 하라. 철저히 대비하라. 훌륭한 사람들을 가까이 하라. 반성한 뒤에 결정하라. 약속은 작게 하고 실천은 크게 하라.’ 그가 거듭 강조하는 바는 ‘올바른 선택을 하는 것이 리더십의 가장 중요한 요소’라는 것이다. 결정과정의 가장 어려운 점은 ‘무엇’이 아니라 ‘언제’라고 말한다. 그는 “시장 시절 부시장이나 국장들에게 결정을 미루지 않으려고 중요한 결정은 아침 회의에서 내렸다”면서 “기업 최고경영자도 그래야 한다”고 말한다.

맨해튼의 타임스스퀘어가 내려다보이는 사무실에서 줄리아니씨는 다시 정치에 뛰어들 타이밍을 계산하고 있을 것이다. ‘언제’가 중요하니까. 그는 “더 높은 공직에 도전할지 아직 불확실하다”고 최근 말한 바 있다. 그는 약 700만달러로 이혼 소송을 마무리짓고 시장 때부터 공식석상에 대동했던 ‘여자친구’인 이혼녀 주디스 네이선(47)과 곧 재혼한다.

뉴욕=홍권희특파원 konihong@donga.com

트랜드뉴스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