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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업계 생존경쟁]부동산등 눈 돌려

입력 | 2002-11-27 18:25:00


“회사원으로 일하지만 마음은 훨씬 편합니다.”

국내 대형 로펌에 근무하다 최근 대기업 법무팀으로 옮긴 변호사 A씨(34)는 자신의 심경을 이렇게 표현했다.

로펌에 있을 때는 일이 없어도 밤늦게까지 남아 ‘눈치’를 봤는데 기업으로 옮긴 뒤 억대 연봉에 오후 6, 7시면 퇴근하는 ‘칼 퇴근’도 가능해졌다는 것.

일부 로펌들은 인력 구조조정을 앞두고 변호사들의 사건처리능력 등 대상자 선정을 위한 작업에 들어갔다. 심지어 변호사들에게 ‘출근부’를 기록하도록 하는 로펌까지 등장했다.

이런 상황이 되자 직접 ‘영업’에 나서는 로펌 변호사들도 적지 않다. 한 로펌의 관계자는 “수임사건은 줄어들면서 개인 변호사는 물론 로펌 변호사들도 지인(知人)들에게 연락해 ‘소송 거리’를 찾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나 홀로’ 개업한 중견 변호사나 소규모 로펌들은 경영다각화 차원에서 국내 부동산개발사업과 중국 투자개발사업에 뛰어드는 경우도 나오고 있다.

최근 부동산개발사업에 뛰어든 B변호사는 “변호사 수가 대폭 늘어난 데다 대형 로펌들의 문어발식 경영 때문에 기존의 송무 중심으로는 버티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말했다.

‘예비 법조인’인 사법연수원생들도 위기를 실감하고 있다. 연수원 수료 예정자인 B씨는 최근 일반 기업에 평사원으로 지원했다. 하지만 그는 “어떻게 대우해야 할지 기준이 없다”는 이유로 입사를 거부당했다. 이런 연유로 최근 연수원 자치회 인터넷 게시판에는 “그동안 은행들이 연수원생들에게 5000만∼1억원씩을 신용만으로 대출해 주었으나 이제 그 한도를 줄이고 기존의 대출금도 회수하려고 한다”는 내용의 글까지 띄워질 정도.

이런 변화의 가장 큰 이유는 사건 수요는 별로 늘지 않는 상황에서 사법시험 합격자만 꾸준히 증가해 변호사 수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

1992년 2450명이던 개업 변호사 수는 올 3월 5000명을 넘어섰다. 이 추세대로라면 2010년에는 1만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변호사회의 경우 96년 1943명이던 변호사 수가 지난해 2979명으로 53% 늘어난 반면전체 수임사건(본안 사건 기준)은 같은 기간 11만3768건에서 12만4423건으로 9%밖에 늘지 않았다. 결국 변호사 1인당 수임 건수는 96년 평균 58.5건에서 지난해 41.7건으로 40%나 줄어든 셈.

반면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사건수임료는 계속 낮아지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변호사의 평균수임료는 2000년 450만원에서 지난해 390여만원으로 10%가량 낮아졌다. 금전거래사건의 경우 99년 447만원에서 지난해에는 387만원까지 내려갔다. 의뢰인들도 예전 같지 않다는 게 변호사들의 얘기다. 서울 강남지역 로펌의 한 변호사는 “의뢰인들이 인터넷 무료상담 사이트 등을 통해 웬만한 법률지식은 미리 익히고 찾아와 수임 단가는 낮추려고 하면서도 요구사항은 예전보다 훨씬 많아졌다”고 푸념했다.

길진균기자 l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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