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요리]佛 마르끄 샬로뺑씨 "재료 풍부한 한국음식 잠재력 무한"

입력 | 2002-11-17 20:23:00

마르끄 샬로뺑씨가 자신이 개발한 퓨전 요리를 소개하고 있다. - 박영대기자


“친구들을 집에 초대한다. 왁자지껄 떠들다 요리를 내놓자 한 입 물더니 음식을 음미하느라 한참 침묵이 흐른다. 요리와 사람이 하나가 되는 순간이랄까. 나는 그런 순간을 사랑한다. 요리사는 행복을 만드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프랑스의 세계적인 요리학교 ‘르 꼬르동 블루’의 한국 분교인 ‘르 꼬르동 블루-숙명아카데미’의 대표 요리사 마르크 샬로팽(37). 아직 젊지만 요리 경력 23년의 중견 요리사다. ‘르 꼬르동 블루’ 본교 요리장(수석 요리사)을 역임했고, 프랑스 최고 문학상인 공쿠르상의 시상 장소로 유서 깊은 파리 드루앙 레스토랑의 부주방장으로도 일했다.

9월 한국에 처음 온 그는 한국식 재료를 프랑스 요리에 응용한 퓨전 요리를 개발해오고 있다. 간장 게장, 쌈장, 김치, 조개젓 같은 한국의 전통 발효 식품과 연근 배추 깻잎 등 각종 토종 야채가 그의 손을 거쳐 ‘우아한’ 프랑스식 요리로 탈바꿈한다.

“새로운 요리를 만들어 사람들을 놀라게 하는 것이 요리사의 가장 큰 기쁨”이라는 그에게 한국 식당은 최고의 아이디어 발굴장. 한국 음식을 하나하나 먹을 때마다 바로 새 요리 아이템으로 연결된다.

그는 시간만 나면 서울 노량진 수산시장과 만리고개 시장, 이태원 시장을 통역도 없이 혼자서 누비며 새 재료를 ‘헌팅’한다. 한국어는 한 마디도 못하지만 “먹을 것을 고르는 데 굳이 말이 필요하겠느냐”며 “한국 음식은 재료가 풍부해 잠재력이 무한하다”고 칭찬에 침이 마른다.

파리 드루앙 레스토랑의 부주방장으로 일하던 그에게 ‘르 꼬르동 블루’ 회장이 한국 분교의 대표 요리사직을 제의했을 때 그는 망설임 없이 한국행을 택했다. 한국에서 제2의 요리 인생을 펼쳐보기로 한 것이다.

한국 생활 2개월이 막 지난 지금, 그는 두부와 함께 막걸리를 즐겨 마시고 쌈장의 구수한 맛에 마음을 빼앗겼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식자재 수입 규제가 심해 다양한 요리 재료를 구하기 힘든 점은 아쉽다고 말한다.

아홉살 무렵부터 요리를 시작했다는 그는 그러나 여태껏 짝을 만나지 못했다. 시간이 없어 결혼을 못했다는 것. 하루 12시간이 넘게 요리에만 매달린다고 하니 요리와 결혼한 셈이다. 그는 “사귀던 여자친구들이 나한테 요리를 배워 다들 시집을 잘 갔다”며 “여자들이 나와 결혼하면 음식 솜씨가 들통날까봐 두려웠던 것 같다”며 웃는다.

그는 훌륭한 요리사라면 무엇보다 맛있는 요리를 만들기 위해 혼신의 노력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4, 5개 이상의 재료를 쓰지 않아 단순하면서도 맛있는 요리’를 최고로 친다. 그도 요리를 시작한 지 10년이 지나서야 깨달은 이치다. 그래서 ‘요리의 달인’인 그가 꼽는 ‘일등 요리’는 요리를 배운 적이 없는 자신의 어머니가 햄과 치즈, 버터만 넣고 만들어 준 스파게티다. 멋있지도, 새롭지도, 비싸지도 않지만 가장 맛있기 때문이다.

그는 앞으로도 한국의 전통 요리와 프랑스 요리를 결합시킨 새로운 요리의 영역을 개척해나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곽민영기자 havef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