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경제 그게 이렇지요]美금리 내리면, 對美수출 청신호

입력 | 2002-11-05 18:09:00



《6일(미국시간) 열리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공개시장위원회(FOMC)에 금융계의 이목이 쏠려 있습니다. 6주일 간격으로 열리는 이 회의에서 연방기금금리가 조정되기 때문이지요. 전문가들은 FRB가 현재 1.75%인 정책금리를 이번에 0.25%포인트, 많게는 0.5%포인트 내릴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금리를 내리면 뭐가 좋아지나요.

경제학 교과서는 금리를 내리면 투자가 늘어 생산이 증가한다고 가르칩니다. 그러나 현실 경제에서 투자는 금리보다는 향후 경기전망에 더 크게 좌우되는 것으로 나타납니다.

90년대 이후 미국에서 금리인하 효과는 가계소비를 늘리는 데서 뚜렷이 나타났습니다. 예금금리가 떨어지면 저축할 의욕이 사라지는 대신 주택 자동차 등에 대한 소비가 늘어난다는 것이지요. 특히 정보기술(IT) 투자 거품이 꺼진 2000년 이후 미국 경제를 지탱해온 것은 90년대와 같은 투자가 아니라 바로 소비지출이었습니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FRB의 금리 인하가 미국 소비지출에 활기를 불어넣어 미국 및 세계 경제의 침체를 막아줬으면 하고 바라고 있습니다.

또한 주식투자자들은 금리인하가 은행 예금이나 채권에 투자된 돈을 주식시장으로 끌어들여 미 주식시장을 부양해주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미 금리인하로 한국 경제는 어떤 영향을 받나요.

미국은 자동차 반도체 휴대전화 등 한국 주력 수출품목의 최대 시장입니다. 미국 소비가 살아나면 한국 수출기업들의 수익이 증가하고 주가도 오를 것으로 기대됩니다. 미 금리 인하→미국 주가 상승→외국인투자자들의 한국 주식 매입 증대→한국 주가 상승 등의 효과도 기대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금리를 화끈하게 많이 내리면 좋겠네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지금도 미국 금리는 사상 최저 수준입니다. 이런 초저금리시대에 가계소비가 미국 경제를 지탱해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가계소비가 증가하면 부작용도 큽니다. 경기 침체로 고용상황이 개선되지 않는 상태에서 늘어나는 소비를 감당하려면 빚을 많이 내는 수밖에 없습니다. 지금 미국 가계부채는 매우 위험한 수준입니다. 소비 일변도 성장전략으로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 규모는 사상 최대 수준에 육박하고 있습니다. 초저금리는 진작 문을 닫았어야 할 한계기업들의 구조조정도 지연시키고 있습니다. 이런 갖가지 부작용 때문에 전문가들은 미국 경제가 금리인하에 기대지 않고 회복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이래저래 미국 경제가 막다른 골목에 다다랐군요.

미국 경제가 일본 경제처럼 장기불황으로 갈 것으로 우려하는 사람도 있습니다만 그보다는 머지 않아 다시 일어설 것이라고 낙관하는 전문가들이 더 많습니다. 정부지출을 늘려 경기를 부양할 여지가 아직 남아 있는 데다 불황 속에서도 이어지고 있는 미국 기업들의 생산성 향상, 기술혁신 등을 감안할 때 미국은 일본과는 차원이 다르다는 것입니다.

이철용기자 lc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