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뇌한국(BK) 21’ 사업의 중간평가 결과가 어제 발표됐다. 이에 따르면 서울대 등 4개 사업단이 실적 부진으로 중도 퇴출되고 전체 122개 사업단 가운데 76개가 같은 이유로 지원금을 삭감당했다고 한다. 이번에 드러난 결과만 놓고 보더라도 1조4000억원의 국민 혈세가 투입되는 이 사업이 얼마나 부실하고 방만하게 운영되어 왔는지를 쉽게 파악할 수 있다.
이 사업과 관련한 잡음이 터져나온 것은 시행 초기부터였다. 사업단 선정을 둘러싸고 심사의 공정성 논란이 제기됐는가 하면 연구비를 집행하는 과정에서도 인건비를 중복계상하거나 허위 지급하는 경우가 있었고 심지어 해외관광 비용으로 사업비가 지출되는 등 ‘공돈 나눠쓰기’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대학가 안팎의 끊임없는 문제 제기에도 불구하고 시행주체인 교육인적자원부가 사업 시작 3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옥석 가리기에 나선 것은 시기적으로 늦었을 뿐 아니라 직무유기의 느낌마저 없지 않다.
퇴출된 사업단에 지금까지 투입된 연구비는 허공에 날아간 꼴이 되고 말았다. 더욱 개탄스러운 것은 ‘세금 나눠먹기’에 대학들까지 가세한 현실이다. 연구비 유용, 인건비 부당 지급 등의 수법은 학문을 다루는 대학으로서 부끄러운 일이다. 공적 자금 같은 나랏돈은 먼저 보는 사람이 임자라는 자조적인 얘기까지 나도는 마당에 대학의 이 같은 도덕적 해이는 국민의 또 다른 분노를 자아내고 있다.
이번 중간 평가와 함께 반드시 이뤄져야 할 것은 사업 과정에서 드러난 잘잘못의 책임을 묻는 일이다. 연구비 집행 과정에서 부실이 나타난 것은 기본적으로 관리 감독을 맡은 교육당국의 책임이며 사업단들도 여기에서 벗어날 수 없다. 물론 이 사업을 통해 매년 2000억원의 연구비가 대학에 유입됨으로써 연구가 활성화되는 긍정적 성과를 얻은 것도 사실이다. 앞으로 남은 4년간의 사업에서 부실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따질 것은 분명히 따지고 넘어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