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지침(手指鍼)을 보급하는 고려수지침요법학회가 8월 교육인적자원부 산하기관인 한국민간자격협회의 허가를 받아 제1회 수지침요법사 시험을 치른 데 이어 11월 초 제2회 시험을 실시하려고 하자 보건복지부와 한의학계가 제동을 걸고 나서 논란이 일고 있다.
대한한의사협회는 제1회 시험 직후 복지부에 협조공문을 보내 수지침요법사 민간자격증을 신설하면 무면허 의료행위를 조장할 수 있다며 시험을 치르지 못하도록 막아줄 것을 요청했다.
이에 복지부는 시험 주관 부처인 교육부에 시험 허가를 철회해 줄 것을 요청했지만 교육부가 ‘관여 불가’라고 밝혀 마치 한의사협회와 수지침요법학회간의 영역다툼이 정부 부처간 신경전으로 번지고 있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복지부는 교육부에 공문을 보내 “침 시술은 국민의 생명과 건강에 직결되는 한방의료행위이므로 현행 의료법상 침사, 한의사만이 가능하다”며 “수지침요법학회가 자격증을 발급하지 못하도록 시정조치를 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교육부는 복지부에 보낸 회신에서 “수지침요법학회가 수지침요법사 민간자격증을 발급하는 데 대해 우리가 시정조치를 취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본다”고 밝히면서 수지침 시술행위가 정당행위에 해당한다는 취지의 대법원 판례를 첨부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국가공인자격증이 아닌 민간자격증에 대해 일일이 교육부가 관여할 수는 없다”며 “다만 그로 인해 피해자가 생겨 신고가 들어오면 소비자보호원에 연락을 취해 간접적으로 시정조치를 내릴 수는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복지부 관계자는 “교육부에 ‘개인에 대한 판례만 갖고 민간시험의 허용 여부를 결정할 수 없다’는 내용으로 시험 자체를 재검토해 달라고 다시 공문을 보냈지만 아직 답변이 없다”고 말했다.
수지침요법학회 관계자는 “수지침의 체계적인 교육과 관리를 위해 수지침 자격시험을 치르는 것”이라며 “자격증이 있다고 당장 의료행위를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장기적으로는 국가로부터 자격을 공인 받기 위해 100만인 서명운동을 펼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제1회 수지침요법사 시험에선 수지침요법학술위원과 수지침요법학회 지회장 등 209명이 응시해 203명이 합격했다. 수지침요법학회측은 전국적으로 회원이 400만명에 이른다고 주장하고 있다.
수지침은 1971년 수지침요법학회 유태우(柳泰佑) 회장이 연구 발표한 것으로 현행 의료법상 돈을 받고 수지침을 시술하는 것은 불법이며 강의를 통한 보급만이 가능하다.
이진한기자·의사 liked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