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원 김상범씨(35)는 지난달 30일 자신이 직접 부동산 소유권이전등기를 하기 위해 서울의 한 등기소를 찾았다.
그러나 등기소 안에 신청서가 비치돼 있지 않아 김씨는 등기소 직원에게 물어 신청서 한 장을 받았다.
신청서에는 이해하기 어려운 용어들이 가득했고, 신청서 작성방법을 자세히 알려주는 사람도 없어 결국 20만원을 주고 법무사에게 등기업무를 맡겼다.
이처럼 난해한 서식과 복잡한 등기신청절차 때문에 민원인들이 자신이 직접 해도 될 일을 울며 겨자먹기로 돈을 들여 각종 등기신청을 하고 있다.
이 때문에 등기소들이 법무사의 ‘밥 그릇’을 챙겨주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얘기마저 나오고 있다.
일반인들이 직접 신청할 수 있는 등기는 보전, 이전, 근저당 설정, 말소 등 10여가지. 이런 등기를 신청하려면 수많은 관련 서류를 준비하고, 등기소가 요구하는 복잡한 신청서식을 기재해 제출해야 한다.
문제는 등기소가 만든 신청서의 작성방법이 복잡하고 어려워 법무사를 통하지 않고서는 등기가 쉽지 않다는 데 있다.
대법원의 등기접수 현황에 따르면 2000년부터 올해 6월까지 접수된 등기 가운데 민원인이 직접 신청하는 경우는 1∼3%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부동산 소유권이전등기신청서의 경우 등기업무와 무관한 국민주택채권매입금액과 등록세 교육세 금액란이 있어 민원인이 직접 구청이나 세무서에 찾아가 확인한 뒤 적어 넣어야 한다.
이 때문에 시간이 없는 민원인들은 법무사에게 등기신청을 맡길 수밖에 없다는 것.
서울의 한 등기소장은 “소유권이전등기신청서의 그 항목은 사실 등기업무와는 무관한 것으로 구청이나 세무서의 조세징수를 쉽게 하기 위한 것”이라고 시인했다.
또 등기소들이 등기신청서를 일반인의 눈에 잘 띄지 않는 곳에 비치하고, 작성요령도 제대로 설명해주지 않아 민원인들의 불편이 가중되고 있다.
한나라당 원희룡(元喜龍) 의원은 2일 대법원 국정감사에서 “등기업무는 국민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데도 등기소들이 등기신청서를 상시적으로 비치하지 않고 민원인의 요구가 있을 때만 교부하고 있다”며 “작성요령을 가르쳐 주는 등기민원 담당자의 수도 절대 부족해 법무사를 통한 등기신청을 유도하는 것이 아니냐”고 주장했다.
최모 법무사(45)는 “법무사는 등기업무가 수입의 대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에 등기소와 유착해 일을 넘겨받는 사례도 있다”고 털어놨다.
이에 대해 참여연대 시민권리국 전제일(全濟一) 간사는 “등기민원담당자를 대폭 늘려 민원인들의 업무를 친절히 도와주어야 한다”며 “앞으로 등기업무를 전산화해 업무를 간소화하면 등기소와 법무사간의 불필요한 ‘유착’관행도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전국에는 213개의 등기소가 있으며 지난해에는 835여만건, 올해는 6월 말 현재 490여만건의 등기신청이 접수됐다.
박민혁기자 mhpark@donga.com
김선우기자 sublim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