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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8월의 저편 125…백일 잔치 (10)

입력 | 2002-09-15 17:17:00


밀양 사람은 옛날부터 저항 정신이 강했으니까.

김종직이 태어나던 날 아침, 밀양강물이 갑자기 달아졌다는 전설도 있다.

밀양 경찰서에 폭탄을 던진 최수봉은 단도로 자기 목을 찔렀는데, 아이구, 채 죽지 못해서 결국은 교수형을 당했재….

최수봉하고 김원봉은 불알 친구다.

밀양 보통학교에 다닐 때, 우리 단군이 스사노오노미코토(素殘嗚尊)①의 동생이라고 하는 왜놈 선생한테 스사노오노미코토는 우리 단군의 증손자입니다, 라고 말대답을 했다가 퇴학 당했다.

아이고, 어이가 없데이! 단군이 강림한 것은 4천2백년 전인데, 스사노오노미코토는 고작 2천 7백년 전 인물 아이가.

의열단에는 한 명도 제 명대로 산 자가 없다. 하나같이 우리가 아니라 먼저 내가 피를 흘리자고 생각하고 있다. 중국인 책장사로 가장하고 부산 경찰서에 들어가서, 진귀한 고서를 보여 주겠다면서 고리짝 안에서 폭탄을 꺼내 경찰서장을 죽인 박재혁도 중태인 몸으로 심문을 당하다가 숨을 거뒀고 말이다.

전기 회사 공원 차림으로 조선총독부에 침입해서 폭탄을 던진 김익상은 그래도 용케 도망을 쳤다.

아이고, 상해에서 다나카 기이치(田中義一) 육군 대장을 권총으로 저격하려다 실패하고 일본으로 끌려갔다 아이가.

아아, 동아일보에 기사가 실렸었재. 재판장이, 피고에게 유리한 증거가 있으면 말해 보라고 하니까, 내가 유리해질 수 있는 것은 오직 조선의 독립뿐, 이라고 했다더라.

사형판결받고구마모토형무소에 있다.

아직 살아 있나?

죽었으면 신문에 나겠재.

니쥬바시(二重橋)②에 폭탄을 던진 김지섭도 의열단이다. 재작년 관동 대지진 때 왜놈 손에 학살당한 6천 명 동포의 혼을 위로한다고 폭탄을 껴안고 일본으로 건너갔다 아이가.

아직 살아 있나?

재판 중이다.

어차피 사형이겠재.

김지섭은 법정에서 이렇게 진술했다 카더라. 총독의 통치하에 우리 조선 사람들은 개 돼지보다 못한 생활을 하고 있다. 이 같은 사실은 일본에 있는 일반 사람들에게는 알려져 있지 않다. 나는 이를 알리고 싶었다. 우리 조선 사람들은 조선의 독립을 요구한다. 독립이 실현될 때까지 우리는 최후의 한 명, 최후의 일각까지 싸울 것이다.

…구축왜노, 광복조국, 타파계급, 평균지권.

오오, 우철이 참말로 잘 알고 있네.

구축왜노, 광복조국, 타파계급, 평균지권.

①일본 황실의 시조신 아마테라스오오미카미(天照大神)의 동생

②도쿄 황거 앞에 있는 다리

글 유미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