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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나연의 우리아이 부자만들기]자식농사 돈관리 교육부터

입력 | 2002-09-02 18:18:00


“돈은 많지만 측은한 노인들이 많아요.”

오랜만에 만난 시중은행의 한 프라이빗뱅커(PB)는 이런 말을 던졌습니다.

세상에 부러울 것 없이 보이는 노인들이 측은한 이유는 그들의 자녀 때문이랍니다. 온갖 정성으로 자녀를 키웠지만 ‘제 밥벌이를 할 만한 나이’에도 자립하지 못하고 부모에게 기대는 자녀 때문에 상심하는 노인들이 적지 않다는 군요.

10년 고객인 강모씨(70·서울 종로구 명륜동)는 자산이 20억원 정도라고 합니다. 외아들이 중학교에 들어가자 골프를 가르쳤고 대학에 입학했을 땐 자동차도 사주었답니다.

하지만 능력에 맞지 않게 씀씀이를 키워놓은 게 화근이었습니다. 40대에 들어선 아들은 대학교수라는 어엿한 직업을 갖고서도 여전히 생활비의 일부를 보조받고 있습니다. 자신의 벌이가 생활수준을 따라가지 못하지만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이 없기 때문이죠.

강씨는 “(아들이) 정신을 차리지 않으면 유산으로도 얼마 버티지 못할 것”이라며 한탄하고 있답니다.

이런 고민은 부유한 부모들만의 것은 아닙니다.

A은행의 한 창구에선 얼마 전 60대 중반의 아주머니와 은행원이 실랑이를 벌였습니다. 아주머니는 아들이 신용불량자가 돼 직장을 잃을까봐 매번 연체 빚을 대신 갚아줬다고 합니다. “제발 아들에게 신용카드를 발급하지 말아 달라”는 아주머니의 요청에 은행원은 “신용에 문제가 없는 사람이 요청하면 은행으로서는 발급해줄 수밖에 없다”고 맞섰습니다.

‘능력에 맞는 합리적 소비’에 대해 교육받지 못해 부모에 의존하는 ‘올드 키즈(Old Kids)’가 적지 않습니다. 학교에서도 이런 교육은 제대로 받을 수 없습니다.

최근 시중에 나온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 ‘부자의 코드를 읽어라’ 등은 이런 사람들을 겨냥해 부자들의 생활 패턴을 알리는 책들이라고 할 수 있지요.

나이가 들어 습관을 바꾸기는 쉽지 않습니다. 중국엔 ‘아무리 큰일이라도 작은 것에서 시작한다’는 속담이 있다고 하지요. 어린 시절의 작은 습관이 나이가 들면 고치기엔 너무 ‘큰일’이 돼버립니다. 자녀가 어릴 때부터 ‘돈 관리’를 가르쳐야 하는 이유입니다.

이나연 경제부기자 larosa@donga.com

◇알림= ‘우리 아이, 부자 만들기’를 매주 화요일 연재합니다. 이나연 기자는 서울대 소비자아동학과에서 ‘소비자 충동구매에 관한 연구’라는 논문으로 석사학위를 받았습니다. 자녀의 비합리적 소비로 어려움을 겪으신 사연이나 ‘성공적 자녀 교육’ 사례가 있으면 e메일로 보내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