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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응의 미술과 시장]‘블루칩’ 미술품은 불황 없다

입력 | 2002-06-09 20:59:00


수요, 공급과 미술품 가격

무슨 상품이든 자유경쟁시장에서의 가격결정은 수요와 공급에 의해 이루어진다. 시장의 효율성이 높을수록 더욱 그러하다.

미술시장의 경우 여타 상품 시장에 비해 ‘정보의 비대칭성’이 심하고 특히 우리나라와 같이 미발달한 시장일수록 시장메커니즘 이외의 다른 요소에 의해 미술품 가격이 움직이는 경우가 많지만 그래도 크게 보면 수급에 의해 미술품 가격은 변동된다고 볼 수 있다. 즉 생존작가건 작고작가건 작품 유통량에 비해 수요가 많으면 가격은 올라가고 적으면 떨어진다.

작가가 작고하면 작품 값이 올라가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발행시장(primary market)에서 공급이 중단되기 때문이다. 다만 너무 일찍 작고하여 시장에서 적당히 유통될 만한 물량이 없는 경우에는, 즉 시장이 형성되지 않은 경우에는 그대로 묻혀 버리는 경우도 있다. 이는 주식시장에서 회사가 좋아도 적절한 유통 물량이 없으면 투자자들로부터 외면받는 것과 같은 이치다.

고흐나 피카소의 작품 값은 비싼데도 불구하고 계속 오른다. 이는 이미 대부분의 작품들이 전 세계 유명 미술관에 소장돼 있어 유통 물량이 많지 않은데다 소장자들로부터의 수요는 꾸준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고 박수근 화백의 작품이 값이 비싸지만(외국 유명 작가에 비하면 아직 턱없이 싸지만) 계속 오르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좋은 작품의 값은 불경기에도 잘 떨어지지 않는다. 이는 경제적으로 탄탄한 계층이 주로 이들을 소장하고 있고, 컬렉터들은 자기 소장품을 내다파는 것을 수치로 여겨 금전적인 어려움을 겪더라도 마지막까지 보유하려 하기 때문이다. 이런 작품은 시장에 나오면 순식간에 팔린다.

보통 불경기 때는 덜 유명한 작가의 작품, 훌륭한 작가의 다소 질이 떨어지는 작품이 먼저 시장에 나와 가격이 떨어진다. 이러한 현상은 외환위기 이후에 특히 심해졌는데 범 세계적인 우량자산 선호 현상(Flight to quality)이 미술작품에도 적용되고 있는 셈. 즉 국내외를 불문하고 우량, 불량 작품간의 차별화가 더욱 심해지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같이 미술시장이 엷은 경우에는 아무리 시장기반이 탄탄한 작가라 하더라도 작가의, 아니면 유족의 피치 못할 사정에 의하여 작품이 대량 방출되면 가격체계가 일시 무너지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단기적으로 수급이 본질 가치에 우선한다고 볼 수 있는 예이다.

그래서 모든 투자에 있어서 그러하듯이 미술품 투자에 있어서도 본질가치(예술성)는 물론이지만 수급에도 유의해야 하는 것이다.

soonung@seoulauctio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