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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南 대선에 北은 발언 신중해야

입력 | 2002-05-31 18:59:00


북측이 최근 한국의 올해 말 대선과 관련하여 특정 후보를 연일 비난하고 나선 것은 온당치 않은 일이다. 북측은 지난달 11일 노동신문 특집기사에서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후보를 가리키며 “그를 정계에서 제거하기 위한 투쟁에 떨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한 데 이어 “이회창과 같은 자가 집권하면 북남관계는 냉전시대의 대결상태로 되돌아가고 조선반도에서 전쟁이 터질 것은 불 보듯 뻔하다”(28일 조평통 대변인 성명) “천추에 용납 못할 반통일적 망발”(30일 노동신문 논평) 등 거친 표현으로 적대감을 드러냈다.

북측의 이 같은 태도는 대선에 어떻게든 영향을 끼쳐 보겠다는 의도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북측 입장에서 ‘전략적 상호주의’를 강조하는 이 후보가 껄끄러운 상대라는 점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북측이 남측의 특정 후보를 비난하는 것은 그 어떤 명분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

우선 남북관계 발전의 전제 조건이 상호간에 상대방의 체제를 존중하는 것이라면 북측의 최근 행태는 명백한 내정간섭일 뿐만 아니라 진정한 화해협력의 자세와도 거리가 멀다. 이렇게 되면 요즘 들어 빈번하게 6·15 공동선언의 실천을 강조하는 북측의 ‘진심’도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

북측은 1997년 대선 때의 오익제(吳益濟) 편지사건을 비롯해 과거에도 여러 차례 우리측 선거에 영향을 끼치려고 시도한 적이 있다. 그러나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우선 북측의 정치선전에 우리 국민이 쉽게 현혹되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그런 일이 또 일어날 경우 오히려 북측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만 커질 뿐이다. 북측은 자신의 행동이 원래 ‘의도’와는 정반대 결과로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을 깨닫기 바란다.

올해 대선에서 누가 그들의 대화상대로 등장할 것이냐에 북측이 신경을 쓸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관심이 지나쳐 섣부르게 개입을 시도한다면 오히려 화(禍)를 부르리라는 점을 북측은 알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