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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경기]부천 15개시민단체 ‘원미산 살리기’

입력 | 2002-05-16 00:56:00


경기 부천시의 주산(主山)이자 도시의 허파 기능을 하고 있는 원미산(遠美山·123m)이 최근 놀이시설 설치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다.

15일 오후 부천시 원미구 춘의동 원미산 자락.

‘원미산 살리기 운동’이라는 대형 플래카드가 내걸린 텐트 앞에서 시민단체 회원들이 등산로를 오가는 시민들에게 유인물을 나눠주며 서명을 받고 있다.

부천시가 밭으로 이용되고 있는 주변 700여평에 대형 놀이시설을 설치하려는 것에 반대한다는 내용.

부천시민연합 등 15개 시민단체들이 참여해 벌써 한 달 가까이 서명을 받고 있다.

시는 당초 ‘시민 휴식공간 확보’라는 명분으로 지난달 놀이시설 추가 설치 공사를 시작할 예정이었지만 시민단체들의 반대에 부닥쳐 공사를 다음달 말로 미뤘다.

▽놀이시설 설치 계획〓부천시는 2000년 8월부터 원미구 춘의동 원미산 자락 일대 1만9700여평에 ‘부천레포츠공원’을 조성하는 계획을 진행해왔다.

2000년말 부천종합운동장이 들어선 바로 옆에 눈썰매장과 옥외수영장을 비롯해 다양한 놀이시설과 레포츠 시설을 갖추겠다는 것.

이에 따라 1차 사업이 끝난 2001년 5월말에 인공암벽을 비롯해 바이킹 등 10여 종의 놀이시설(1400평)이 들어섰다.

시는 올해 초 주변 9000여평에 눈썰매장 등을 만드는 2차 사업을 시작할 계획이었지만 시민단체들의 반대운동이 시작되자 사업을 유보했다.

대신 현재 밭으로 이용되고 있는 산자락 700여평에 놀이시설 7종을 추가 설치하기로 한 것.

하지만 시민단체 관계자들은 “밭도 엄연한 산의 일부”라며 “원미산의 훼손이 불을 보듯 뻔한 만큼 계획을 백지화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원미산 훼손과 녹지현황〓원미산은 현재 부천과 서울, 그리고 부천의 남북을 잇는 4개의 도로에 둘러싸여 외딴 섬처럼 고립돼 있다.

산림 훼손은 산의 서쪽편 자락인 춘의동 쪽이 특히 심하다.

도로가 나면서 산자락이 일부 잘려 나가 보기 흉하게 거대한 경사면이 생겼고 최근 2∼3년 동안 부천종합운동장, 부천레포츠공원, 국궁장 등이 잇따라 들어서 산림이 크게 훼손됐다.

부천지역에는 원미산을 비롯해 성주산, 도당산 등 여러 개의 산이 있지만 사정이 비슷한 실정.

지난해말 부천시의 전체 산림면적은 1046㏊. 2년전에 비해 12㏊나 줄어들었다.

부천시민연합 백선기 대표는 “원미산 살리기 운동은 부천지역 전체 녹지에 관한 문제”라며 “아무리 큰 도심공원을 만든다해도 산이 지닌 가치의 수백분의 1도 안되는 만큼 원미산은 지금 모습만이라도 보존돼야 한다”고 말했다.

박승철기자 parkki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