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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스타]英 ‘그라운드의 젠틀맨’ 게리 리네커

입력 | 2002-05-13 18:18:00


‘그라운드의 영국신사’ 게리 리네커하면 떠오르는 유명한 일화가 있다.

1992년 영국에서 한 축구선수가 상대의 거친 플레이로 골절상을 입는 사건이 발생했다. 경기 중 일어난 일이라고 해도 상식을 벗어난 행동이었기 때문에 폭력으로 간주되어 가해 선수에게 1년6개월의 유죄판결이 내려졌다. 당시 판사는 “게리 리네커란 선수는 오랜 프로선수 생활중에도 단 한번도 퇴장을 당한 적이 없다. 피고는 그의 비디오를 잘 보고 멋진 매너를 배웠으면 한다”고 했다.

그만큼 리네커는 ‘그라운드의 젠틀맨’으로 알려졌다. 선수생활을 하면서 단 한번의 경고나 퇴장을 받은 적이 없었다. 이 때문에 그는 승리를 위해 점점 거칠어지고 과격해지는 축구경기에서 전통과 격식을 상징하는 선수가 됐다. 국제축구연맹(FIFA)도 이점을 높이 평가해 그에게 페어플레이상까지 수여했다.

그렇다고 ‘순한 양’만은 아니었다. 그라운드에서는 항상 위협적인 존재였다. 국가대표로 80경기에 출전해 48골을 잡아낸 특급 골잡이다. 잉글랜드의 또다른 영웅 보비 찰튼의 49골에 이은 역대 2위에 랭크돼 있다.

84년 5월 잉글랜드대표팀에 이름을 올린 리네커의 진가는 86멕시코월드컵 예선 마지막 경기인 폴란드전에서 드러난다. 당시 잉글랜드는 첫경기인 포르투갈전에 0-1로 패하고 모나코와 0-0으로 비겨 큰 점수차로 이기지 못하면 탈락하는 상황이었다. 이때 그의 위력이 나왔다. 리네커는 전반 8분 선제골을 잡아낸데 이어 14분 추가골, 그리고 전반 종료 직전 세 번째 골을 터뜨리는 원맨쇼를 펼쳐 잉글랜드를 구해냈다. 그러나 잉글랜드는 8강에서 ‘신의손’ 마라도나가 버티고 있는 아르헨티나에 덜미를 잡혔다. 리네커는 이대회에서 6골로 득점왕에 올랐다. 잉글랜드는 90년 이탈리아월드컵에서 리네커의 활약에 4위까지 오르기도 했다.

‘그라운드의 신사’게리 리네커(오른쪽)가 86년 멕시코월드컵 폴란드전에서 상대 수비수와 공중불을 다투고 있다. 리네커는 이 경기에서 해트트릭을 기록해 잉글랜드를 16강에 올려놓았다.게티이미지 본사특약

자존심이 강한 영국 국민들이 깨끗한 매너를 보이면서도 그라운드를 휘젓는 리네커를 최고의 선수라고 칭송하며 끝없는 사랑을 보내는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리네커의 풀네임은 ‘게리 윈스턴 리네커’. 영국의 영웅 윈스턴 처칠의 생일과 같은 1960년 11월30일 태어나 아버지가 미들네임에 윈스턴을 붙어줬다. 리네커는 역시 축구선수였던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지대한 관심속에 컸다. 명문 레스터 시립학교를 다니며 학교과 지역클럽에서 축구를 하며 실력을 쌓았다. 76년 레스시티에서 프로생활을 시작해 84∼85시즌 24골로 득점왕에 올랐고 에버튼으로 옮긴 85∼86시즌 30골로 득점왕에 오르는 등 프로그라운드도 휩쓸었다.

스페인의 바르셀로나와 잉글랜드 토튼햄, 일본의 나오야 그램퍼스 등을 거친 리네커는 94년 은퇴한 뒤 방송해설자로 활약하고 있다.

양종구기자 yjong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