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高齡)의 대통령이 입원했다.
청와대는 10일 “과도한 일정 탓에 피로가 쌓인 데다 넓적다리를 삐어 복용한 소염진통제(消炎鎭痛劑)가 위장장애를 일으켜 3, 4일간 통 식사를 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속에 탈이 난 이유는 다른 데 있을 수도 있다. 우선 최근의 스트레스가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위는 온갖 신경망이 얽혀 있어 ‘제2의 뇌’라고 불린다. 명의들은 위내시경으로 위상(胃相)을 볼 수 있으며 관상 못지 않게 정확하다고 한다. 최근 각종 게이트에 세 아들 모두의 이름이, 민주당 경선에서 자신의 이름이 오르내리는 상황은 위에 부담을 줬을 것이다.
그러나 아무래도 속병의 주범은 소염진통제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소염진통제는 말 그대로 염증을 가라앉히고 통증을 누그러뜨리는 약. 기존의 소염진통제는 2, 3명에 한명 꼴로 위장장애를 일으키는 것이 흠이다. 미국에서는 매년 10만여명이 이 때문에 입원하고, 에이즈로 인한 사망자 수와 비슷한 1만6000여명이 숨진다는 조사결과가 있다.
그런데 1999년 화이자사의 세레브렉스, MSD사의 바이옥스 등 위장장애가 없는 소염진통제 ‘콕스-2 억제제’가 나오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국내에서는 재작년 두 약이 모두 시판됐지만 정부는 한때 고가의 약이라는 이유로 내시경으로 위궤양이 확인된 경우에만 보험을 인정해주는 등 보험에서 사실상 제외했다가 최근 다소 완화했으나 여전히 적용폭이 제한되어 있다.
여하튼 청와대 의무실은 정부 방침과 처방 관례대로 대통령에게 기존 진통제인 비(非)스테로이드 계열의 약물을 처방했다고 밝혔다. 대통령도 이에 따랐다. 그러나 대가가 뒤따랐다.
누가 뭐래도 확실히 효과가 있고 부작용도 거의 없는 약, 항암 효과에 치매 예방 효과 등 각종 효과가 기대되는 약, 그러나 그 약은 고가의 외국약이다. 환자가 이 약을 복용할 기회를 늘려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매국적 행위일까?
이성주기자 사회2부 stein3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