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주재 스페인대사관에 진입해 한국행을 요구하다 추방 형식으로 필리핀으로 이송됐던 최병섭씨(52) 등 탈북자 25명이 망명시도 4일 만인 18일 오후 5시20분경 필리핀발 대한항공 KE622편으로 인천국제공항에 도착, 한국 땅에 첫발을 디뎠다.
이들은 인천공항에서 간단한 기자회견을 한 뒤 별도의 입국심사와 세관검사를 거치지 않고 당국이 마련한 차량을 통해 공항을 빠져나갔다. 이들은 앞으로 일주일간 정부합동신문조의 조사를 받은 뒤 통일부 산하 탈북자정착지원 시설인 ‘하나원’에서 두달간 머물며 남한사회 적응교육을 받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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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현(丁世鉉) 통일부장관은 서울 롯데월드호텔에서 열린 민주평통자문회의 10기 해외지역회의에서 “해외에 체류중인 탈북자는 동포애와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입국을 희망할 경우 체류국과 협조해 원칙적으로 전원 수용한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다”고 밝혔다. 그러나 중국 정부는 국내외의 탈북자지원단체들이 탈북자 25명을 기획 망명시킨 과정이 언론에 공개된 것과 관련해 우리 정부측에 유감의 뜻을 전해와 향후 탈북자 문제를 두고 한중 양국 간에 마찰이 빚어질 가능성도 있다.
정부 고위당국자는 “중국측이 탈북자들을 필리핀으로 추방한 뒤 외교경로를 통해 ‘이번 사건이 조용하게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에 앞으로 협조하고 싶어도 어렵게 됐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측은 이번 사건의 처리과정에 대해 우리 정부에 강하게 문제 제기를 하면서 탈북자들을 추방한 것이 선례(先例)가 되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외교통상부 신정승(辛正承) 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중국 정부가 탈북자 25명 전원을 인도적 차원에서 출국시키기로 결정한 것을 환영한다”며 “스페인 정부와 필리핀 정부의 노력과 편의 제공을 높이 평가한다”고 밝혔다.
이호갑기자 gdt@donga.com
김영식기자 spe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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