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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자카드 美사용금액 1% 몰래붙여

입력 | 2002-03-17 17:13:00


비자카드가 고객이 미국에서 사용한 카드금액의 1%를 환전 수수료 명목으로 올 2월부터 받기 시작한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다.

그러나 국내 일부 신용카드사는 3월초부터 보낸 카드대금 청구서에서 이런 사실을 알려주지 않아 상당수 고객들은 자기도 모르는 사이 수수료를 낸 것으로 드러났다. 금융감독원은 국내 카드사가 해외 수수료 청구사실을 감독당국에도 알리지 않은 것으로 보고 18일부터 실태 파악에 나서기로 했다.

고객 불만은 △1년에 2조원대의 순이익을 내는 카드사들이 해외사용에 따른 수수료를 왜 고객에게 전가시키느냐는 점 △수수료를 내야 한다면 왜 고객에게 알리지 않았느냐는 점으로 모아진다.

▽고객불만 사례 = 한국과학기술원 백승욱 교수는 지난달 미국계 인터넷서점에서 전공서적을 400달러 어치 구입했다. 그러나 이달 초 날아든 청구서엔 404달러가 찍혀 있었다. 해당 카드사는 2월부터 1% 청구시작 사실을 알려주면서 청구서 뒷면에 적혀 있다 고 말했다. 그곳에는 깨알같이 적힌 수많은 약관 가운데 해외 사용분에는 수수료가 붙는다 는 단 한 구절이 인쇄돼 있었다.

백 교수는 “이 카드사는 수수료를 가져가는 것은 ‘비자카드’ 라며 나몰라라 했고, 비자카드는 개인은 비자카드의 고객이 아니다며 항의를 외면했다” 고 말했다.

개인사업을 하는 윤모씨는 2월초 미국령 괌에 가족여행을 다녀왔다. 윤씨가 받은 청구서엔 ‘미국사용 때 1%가 청구된다’ 고 간단하게 적혀 있었다. 윤씨는 “사전에 일언반구도 없다가 ‘내라면 내라’ 는 것 같아 언짢았다” 고 말했다. 윤씨는 “이렇게 1%가 자동으로 붙는다면 해외여행 때 신용카드 사용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카드 재테크법도 다시 생각해봐야 하는 것 아니냐” 고 되물었다.

▽해외사용 수수료 실태 = 신용카드 해외사용에 수수료를 물리는 것은 비자카드가 처음이 아니다. 외국계 카드사에 따르면 마스터카드는 80년 이후부터 미국을 포함한 해외사용 때 1.1%대의 수수료를 받아왔다. 또 비자카드도 그동안 미국 이외의 지역에서 카드를 사용한 경우 1%의 수수료를 청구해왔다. 비자카드측은 “해외수수료는 전세계에 공통으로 적용된다” 면서 “한국카드가 미국에서 사용될 경우는 지난 20년간 예외처분을 받다가 비로소 정상으로 돌아간 것” 이라고 해명했다.

한국은행 집계에 따르면 한국인의 해외카드 사용액은 지난해 19억900만달러(약 2조5000억원), 2000년에는 약 2조원이었다. 지난 2년간 비자 마스터 아멕스카드 등 외국계 카드사에 지불된 수수료는 300억원을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금감원 신용카드 담당 김병태 팀장은 “국내 카드사가 이런 수수료를 받는다는 것을 알려온 바 없다” 며 “일부 카드사가 약관을 통해 알렸더라도 소비자가 명확히 이해할 수 없었다면 바로잡도록 하겠다” 고 말했다.

김승련기자 sr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