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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고르고 나서]따사로운 봄, 여유를 찾으세요

입력 | 2002-03-08 18:26:00


모처럼 아무런 주저없이 1면 머리로 올릴 신간을 만난 행복한 한주였습니다. 우리 사회는 민주와 독재를 해부하느라 정작 ‘개인’에 대한 성찰이 빈약했지만 16년전 프랑스 지식인들은 ‘사생활의 역사’를 만들어 냈습니다. 그들의 풍요로운 지적(知的) 풍토가 부럽기까지 하더군요. 10년이 걸린 원작의 공력도 대단했지만, 여러 가지로 어려웠을 번역출판을 5년여에 걸쳐 끈질기게 강행한 출판사에게도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다만, 책값이 너무 비싸고 전체 5권 중에 2권이 빠지고 1권과 3권 4권이 먼저 나와 아쉬운 대목도 있습니다. 어쨌든, 우리도 언젠가는 우리들 사생활의 역사를 한번 만나 보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져봅니다.

단청을 화두로 대담을 하신 두 분을 만나면서 우리 피에 면면히 살아 있는 전통과 힘을 다시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우리 역시 거시에서 미시로 이제 일상에 대한 여유있는 성찰이 시작되고 있음을 다른 곳에서 확인할 수 있는 기회가 됐습니다.

그리고 이번 주부터 스테디셀러를 다시 되짚어보는 난도 새로 만들었습니다. 꽃샘 추위가 지나간 3월은 바야흐로 봄입니다. 서울시내 도심의 대형건물에 내려진 플랭카드처럼 ‘봄은 기다림을 잊었을 때 온다’는 구절이 떠오르네요. 봄 대신에 돈이나 사랑을 끼워넣어도 그럴듯해 보입니다.(^^) 좋은 봄날 되십시요.

허문명기자 angelhu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