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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꿀에 버무린 만덕산 솔잎차 향기 독특

입력 | 2002-03-06 17:42:00

백련사 찻집 '선다원'


“유홍준선생이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에서 대흥사를 ‘남도답사 1번지’로 소개한 뒤로 지척인 백련사도 찾는 분들이 많아졌지요. 그런데 해남 강진이 어딥니까. 예까지 오려면 적어도 다섯시간, 열시간은 걸렸을 텐데 그냥 절만 휘 둘러보고 간다면 얼마나 아쉽겠어요.”

그래서 길손이 편히 머물다 갔으면 하는 바램으로 찻집을 두게 됐다는 것이 백련사 주지 혜일(慧日)스님의 말이었다.

찻집 이름은 ‘선다원’(禪茶苑). 선다일여(禪茶一如)에 따온 듯 했다. 절마당 한가운데 자라는 백일홍 한 그루를 앞에 두고 화두처럼 들고 앉은 듯한 찻집. 그 자리매김의 묘미는차탁 앞에 정좌하니 알 수 있었다.

봄볕으로 따사로운 실내. 앉은 채로 문을 활짝여니 강진만 바다가 여릿여릿 눈에 들어왔다. 운길산 수종사(경기 남양주시)의 다실 삼정헌에 앉으면 양수리 두물머리에서 만나는 남,북 두 한강이 내려다 보이듯이.

팽주처사가 내온 차주전자에는 만덕산 자생 야생 차잎을 구증구포(아홉번 찌고 아홉 번 덖어 만든 수제차)한 우전차(雨前茶·곡우절기 전에 딴 어린 차잎으로 만든 차)가 들어있었다. 다인들에게 이즈음은 보릿고개다.

햅차 나올 녘이니 누구던 차곳간이 텅빈 상태다. 이런 처지에 우전차라니, 감지덕지일 수 밖에.

“방문객용 차만 몇 통 남았네요.” 팽주처사의 말이었다. 한여름에도 에어컨이 필요없을 만큼 시원하다는 다실. 여기서는 솔잎차도 나들이객에게는 그만이다. 5∼7월에 딴 만덕산 솔잎을 꿀에 버무려 1년쯤 재워두었다가 뜨겁거나 차가운 물에 타 주는데 그 향긋함이 은은한 산사 찻집의 정취와 어울려 길이 기억할 만 하다.

찻집은 연중무휴, 매일 오전 8시반∼오후 6시반(여름철은 7시) 개장. 새벽예불에 참례하는 단체관광객은 예약시 새벽에도 찻집 개방. 061-434-9929

강진〓조성하기자 summ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