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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즈업]직선총장 세번째 연임 이경숙 숙대 총장

입력 | 2002-02-19 18:11:00


학교법인 숙명학원이사회(이사장 이용태·李龍兌)는 19일 이경숙(李慶淑·60) 현 숙명여대 총장을 제15대 총장으로 선임했다. 이 총장은 이로써 3회 연임 직선 총장으로 선출되는 기록을 갖게 됐다. 숙명여대 출신으로 입학과 졸업 당시 수석을 차지했고 재학 중 학생회장을 지내 ‘준비된 총장’이라는 평가를 받아온 그는 1994년 총장직을 맡은 뒤 탁월한 리더십과 경영 수완으로 ‘숙명여대 르네상스’를 이끌고 있다.

18일 서울 용산구 청파동 숙명여대 총장실에서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을 마친 그를 만났다.

▼수석입학-졸업…영원한 숙명인▼

-여러 대학에서 총장님들이 곤욕을 치르거나 리더십에 문제가 있는 것처럼 비쳐지고 있는데, 교수 교직원 학생 등 학내 구성원들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으며 세 번이나 총장을 연임하시게 된 비결은….

“1961년 숙명여대에 입학해 7년간의 미국 유학과 4년간의 전국구 국회의원 활동을 뺀 30년을 ‘숙명인’으로 살아 왔습니다. 총장을 세 번이나 연임하게 된 것은 비전과 이에 대한 이행을 많은 이들이 평가해 준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지난 8년 동안 공원용지로 묶여있는 땅을 풀어 1만2000평에 이르는 제2 창학 캠퍼스를 세우는 등 가시적인 성과가 있었어요. 교육부가 4년 연속 디지털 대학 순위 1위로 평가하기도 했고요.”

-총장님은 한국의 대표적인 여성 CEO의 한 사람으로 꼽힙니다. 남성 중심적인 한국사회에서 여성 CEO로 성공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덕목은 뭐라고 보십니까?

“고객 만족을 위한 경영 마인드를 갖는 것이죠. 섬김을 받는 것 보다 섬기는 것이 중요해요. 학생 한사람 한사람이 상상력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지식 경영도 필요하지요.”

이 총장의 집안은 학자 집안이다. 남편은 고려대 부총장을 지낸 최영상 교수이고, 성신여대 이숙자 총장이 바로 아래 동생이다.

▼취임후 '숙대 르네상스'이끌어▼

-1980년대 침체에 빠졌던 숙명여대가 최근 르네상스기를 맞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지도자의 리더십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잘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고종황제 때 세워진 숙명여대의 이름은 ‘숙덕명지(淑德明智)’의 줄임말입니다. ‘맑은 덕과 밝은 지혜’라는 뜻 그대로 정말 유리알처럼 맑은 학교였는데 조선왕조가 망하고 남북이 분단돼 북에 있는 학교 재산을 잃게 되자 ‘돈도 주인도 없는 학교’로 전락하고 말았어요. 그 와중에 서울 청파동 땅이 국 시유지 등으로 편입되면서 법적 재정적으로 취약하게 됐지요. 그동안 동문들을 상대로 모금활동을 펼치고 각종 행정기관과 의회를 발이 붓도록 쫓아다니며 공원용지로 묶인 땅을 학교부지로 풀었습니다.”

그가 1994년 처음 총장으로 취임하면서 1000억원의 기금을 모금하겠다고 했을 때 대학 관계자들은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때까지 숙명여대가 모아 본 금액이라고는 도서관 건립기금 2억원 정도가 고작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총장은 ‘등록금 한 번 더 내기 캠페인’으로 승부를 걸었다. 전체 졸업생의 절반가량인 2만명에게 당시 한 학기 등록금이었던 150만원씩 받으면 일단 300억원의 기금을 조성할 수 있다는 밑그림을 그린 것. 그 결과 지금까지 500억원 가까운 기금을 모았다.

뿐만 아니라 영어교육, 음악치료 등 전문가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프랑스의 세계적인 음식학교인 코르동블루로부터 140만달러의 외자를 유치하는 등 괄목할만한 실적을 거뒀다.

▼'등록금 한번더내기'500억모아▼

-기금 모금 과정에서 잊지못할 사연도 있을 것 같은데요.

“재정적으로 여유가 있는 분들 보다는 여유가 없는 분들의 정성어린 모금이 큰 힘이 됐어요. 교수 직원 동문은 물론 청소부 아줌마 수위 아저씨까지 참여해 주셨습니다. 80대에 접어든 숙명여전(숙명여대의 전신) 2회 졸업생 10명이 유럽 여행을 위해 계를 들어 푼푼이 모은 돈 3000만원을 보내왔고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로 실직한 남편을 둔 동문이 하루 2000원씩 2년20일을 기도하면서 저금한 돈이라며 150만원을 전달해 저를 감동시키기도 했지요. 한마디로 ‘개미군단의 승리’라고나 할까요.”

이 총장은 매년 축제에서 학생들로부터 배운 마카레나와 테크노댄스, 난타 공연 등을 통해 장안의 화제가 된 바 있고 그런 가식없는 모습을 통해 숙명여대를 가족적인 분위기로 바꿔놓았다. 이 총장이 교직원들을 대상으로 직무 교양 강좌를 마련하고 행정업무에 대한 학내 강사제도를 마련하면서, 불만의 목소리를 높이던 교직원 노조도 조용해졌다.

▼축제때 춤추는 총장님 화제▼

-총장을 연임하시면서 여러 가지 어려움도 있었으리라 생각됩니다만….

“대학사회에는 ‘교수 숫자만큼 총장이 있다’는 말이 있습니다. 처음에는 자기주장만 하면서 사사건건 시비를 거는 분들이 야속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그런 분들이 ‘보편적’인 인간의 모습이고, 남을 이해해 주고 배려해주는 분들이 ‘특별한’ 인간이라는 걸 알게 됐어요. 그 뒤로부터는 마음이 편해지면서 남의 말이나 근거없는 비방에 흔들리지 않게 됐지요.”

-‘3선’에 임하시는 각오는….

“총장은 ‘군림’하는 자리가 아니라 ‘봉사’하는 자리입니다. 사람을 귀하게 대접하면서 재미있고 신나는 캠퍼스 문화를 창출해 제가 벌여놓은 일들을 ‘아름답게 마무리’하고 싶어요.”

15대 총장 취임식은 3월22일 오전 11시 숙명여대 대강당에서 열린다.

정리〓황태훈기자 beetlez@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