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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솜씨 나빠 과기부 물러난 임재춘 감사 "전화위복…"

입력 | 2002-02-18 18:38:00


전직 고위 공무원이 글솜씨가 나빠 자리에서 물러난 사연을 털어놓아 화제가 되고 있다.

임재춘(林載春·55) 한국원자력연구소 감사는 ‘원자력병원 소식지’ 최근호에 “91년 과학기술처 원자력국장을 역임하던 중 신문에 낼 방사성폐기물 부지공모 문안을 잘못 써 자리에서 물러났다”고 고백했다. 그는 “당시 과학기술처장관에게 ‘왜 물러나야 합니까’라고 물어보자 내 글에 주어가 없다는 말을 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일은 전화위복이 됐다. 임 감사는 92년 영국으로 경영학석사(MBA) 학위를 따러 갔다가 그곳에서 ‘기술에 관한 글쓰기(Technical Writing)’ 교육을 받고 글에 대해 많은 것을 깨달았다. 이후 과학기술처에 돌아왔다가 99년 공무원을 그만둔 그는 글쓰기 교재를 개발해 연구원들을 대상으로 교육하기도 했고, 지금은 영남대에서 공대생을 대상으로 의사소통 강의를 맡고 있다. 웹사이트(www.tec-writing.com)에서도 글쓰기 노하우를 전하고 있다.

임 감사는 “기술직 공무원들이 행정직에 비해 보고서 작성이나 보고 요령이 떨어지는데 고위직으로 갈수록 기술직 공무원이 줄어드는 것도 이런 능력과 무관하지 않다”며 “과학기술자나 기술직 공무원 모두 글쓰기 능력을 길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상연 동아사이언스기자 dre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