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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SJ ‘美언론 보도 5가지 오류’정리

입력 | 2001-12-27 18:25:00


미국이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불과 2개월만에 신속히 마무리지음으로써 지금까지 미국이 개입해온 전쟁에 대한 기존 통념도 무너졌다. 무엇보다 선입견에 빠져 장기전을 전망해온 미 언론은 뼈아픈 교훈을 얻었다. “아프간전의 가장 큰 오폭은 언론보도”라는 자성의 소리가 나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 물론 한국 언론도 예외가 아니다. 미 언론이 주요 뉴스공급원인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미 민간 공익단체인 퓨 연구센터(Pew Research Center)의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테러와의 전쟁에서 언론이 제대로 보도했다’고 응답한 수치는 9월 중순 56%에서 11월 중순에는 30%로 내려갔다. 무엇이 미 언론의 신뢰도를 이렇게 떨어뜨린 것일까. 월스트리트저널은 최근 미 주류언론이 범한 오류를 5가지 신화로 정리했다.

▼베트남전 악몽우려→“싱겁게 끝나”▼

▽신화 1:역사는 되풀이된다〓11월까지도 미국이 베트남전쟁과 같은 수렁에 빠질 것이라는 보도가 주류를 이뤘다. 권위지인 뉴욕타임스도, 공영방송인 내셔널 퍼블릭 라디오도, 그리고 월스트리트저널 자신도 예외가 아니었다. 베트남전 신드롬에다 아프간에서 패퇴한 옛 소련의 경험이 잔영으로 짙게 남아있었기 때문이다. 아서 슐레진저와 같은 저명한 역사학자도 베트남전의 악몽을 상기시켰다. 그러나 지금은 “내 예상이 틀린 게 기쁘다”고 말하고 있다.

▼탈레반 잠재력 긴장→“별것 아니군” ▼

▽신화 2:탈레반 정권의 국민지지도가 높다〓탈레반 정권을 건드리면 국민이 들고 일어날 지 모른다는 우려가 개전 초반 제기됐다. 그러나 탈레반 정권은 반격다운 반격도 하지 못한 채 패퇴했다. 뉴욕 옵서버의 칼럼니스트 니컬러스 본 호프먼은 “우리는 아프간에 대해 너무 무지했다”고 실토했다.

▼고공폭탄 효과 의문→“놀라운 파워”

▽신화 3:고공 투하 폭탄은 통하지 않는다〓아프간은 산악지대에다 동굴이 많아서 고공에서 폭탄을 떨어뜨려서는 탈레반 정권을 무너뜨릴 수 없다는 보도가 잇따랐다. 베트남전에서도 제2차 세계대전 때 투하한 양보다 더 많은 폭탄을 떨어뜨렸지만 효과가 없었다는 게 근거였다. 하지만 그동안 향상된 무기의 성능과 이라크와 코소보에서도 확인된 공습의 위력을 무시했다.

▼북부동맹 오합지졸→“승전 수훈갑”▼

▽신화 4:북부동맹과의 연합은 나쁜 선택이다〓뉴스위크는 “북부동맹이 군화도 없어 운동화를 신고 다니는 오합지졸”이라고 전했고 뉴 리퍼블릭은 “과거 50년동안 미국이 손잡은 대리세력 중에서 북부동맹이야말로 가장 준비가 안된 세력”이라고 보도했다.

하지만 22일 아프간에서는 북부동맹을 주축으로 한 과도정부가 들어섰다.

▼이슬람권 봉기 우려→“주변국 잠잠”▼

▽신화 5:이슬람 세계가 끓어오를 것이다〓어느 매체 가릴 것 없이 아프간을 건드리면 인접 파키스탄에서 이슬람 봉기가 일어나 파키스탄의 페르베즈 무샤라프 정권까지 위태로울지 모르며 범 이슬람권이 가만있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하지만 이슬람 봉기는 현실화되지 않았고 파키스탄 등은 미국의 우방으로 남아있다.

이처럼 예상이 빗나간 것은 베트남전쟁과 워터게이트사건을 거치면서 미 행정부 측의 기만과 실패에 대한 기억이 워낙 선명해 정부에 대한 회의적인 태도가 언론계에 만연한 탓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은 분석했다.

eunta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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