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9일 결혼한 회사원 김모씨(32·서울 성동구 행당동)는 원래 지난해 말에 예식을 올릴 계획이었다.
그러나 당시 경기가 너무 좋지 않아 결혼 자금을 대출 받기가 부담스러웠고 약혼자의 직장에서 감원 소문마저 있어 결국 혼인을 미뤘다.
김씨는 “결혼하면 약혼자가 직장을 그만둬야 할지 모르는 데다 융자 없이 결혼하고 싶어 부모님을 설득했다”고 말했다.
비수기라는 통념을 깨고 겨울 결혼이 갑자기 크게 늘고 있다. 이를 두고 “몇 년간 불경기로 결혼하는 이들이 줄었다가 최근 경기가 풀리면서 결혼이 늘어난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만혼(晩婚)과 독신자 급증으로만 해석하기에는 최근 몇 년간의 혼인 감소폭이 이상할 정도로 컸기 때문.
▽겨울 결혼 크게 늘었다〓다이아몬드 등 예물전문 국내 최대 유통업체인 골든듀에 따르면 11월 예물을 구입한 예비 신랑신부들이 지난해 11월에 비해 39.3%(65쌍)나 늘었다. 늦어도 결혼식 한달 전에 예물을 구입하는 만큼 12월 결혼이 그 만큼 는 것이다.
이 업체 김두환(金斗煥) 백화점 영업팀장은 “이 정도로 겨울 결혼이 늘어난 적이 없다”며 “불황의 끝이 보이면서 증가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예식장 업계도 때아닌 특수에 희색이 만연하다. 서울시내 A예식장의 올 12월 예식 건수는 모두 42건. 지난해 12월의 30건에 비해 크게 늘어난 데다 올해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을 정도다.
B예식장 김모 대표도 “작년 12월 예식 건수는 35건이었으나 올해는 48건으로 크게 늘었다”며 “10여년 예식장을 운영했으나 요즘처럼 늘어난 것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결혼준비 전문업체인 메리즈 웨딩컨설팅은 12월에 결혼하는 이들이 10, 11월 최대 성수기의 90% 수준에 이른다고 밝혔다. 12월이 봄철 결혼 성수기와 비슷한 수준이다.
▽왜 이럴까〓95년 이후 결혼하는 이들은 매년 줄어드는 추세. 이를 두고 통계청에서도 해석에 많은 논란이 있다.
통계청 인구분석과 관계자는 “최근 몇 년 간의 혼인 감소가 경기 침체 영향인지 또는 독신자 증가인지에 대해 논의가 많다”며 “올 들어서도 8월까지 혼인이 줄었으나 그 뒤 늘었다면 경기 회복의 영향일 개연성이 크다”고 말했다.
5월이 손 있는 달로 결혼을 꺼리는 윤달이었기 때문에 결혼이 늦춰졌고 이게 이때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메리즈의 정동인(鄭東仁) 컨설팅 실장은 “결혼식 비용이 싸 겨울 결혼은 장점이 많다”며 “요즘 야외촬영도 생략하는 추세인 만큼 겨울 결혼은 신세대 취향에 맞는다”고 말했다.
mungchi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