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부도 위기를 맞고 있는 아르헨티나 사태로 세계 경제가 긴장하고 있다. 특히 이 나라의 정치 경제 현실이 우리나라의 그것과 대단히 유사하다는 점에서 불안은 두 배로 커진다.
190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세계 5위권의 경제대국이었던 아르헨티나가 오늘날 이처럼 거의 재기불능 상태로까지 몰락한 것은 기본적으로 후안 페론 대통령이 대중 영합적인 민중독재를 하면서 비롯됐다. 농민과 노조의 지지를 얻기 위해 선거철마다 재정을 방만하게 운용해 국가부채가 눈덩이처럼 불어날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를 이번 사태는 잘 설명해 준다.
‘국민의 정부’ 들어 국가부채가 폭증하고 있는 우리나라 입장에서 보면 결코 남의 일이 아니다. 특히 내년의 대선 그리고 새 정권이 들어선 바로 다음해 국회의원 선거가 기다리고 있는 판에 150조원 이상이 투입된 공적자금과 200조원 가까운 국가부채를 어떻게 감당할지 걱정이다. 바로 몇 년 뒤의 우리나라 실상을 아르헨티나가 미리 보여주는 것 같아 불안하기 짝이 없다.
긴축에 반대하는 강성 노조의 영향을 받아 정부가 정책 집행에서 운신의 폭이 좁은 것도 이 나라 경제 위기의 큰 요인이다. 철마다 극렬한 노사분규의 홍역을 앓고 있는 우리 입장에서는 결코 남의 일처럼 보이지 않는 대목이다.
특히 정치권이 뇌물수수와 이권개입 등 각종 비리와 부정부패 사건에 연루돼 국가의 지도력이 상실된 것도 최근 잇달아 권력형비리 의혹사건이 불거지고 있는 우리나라의 상황과 닮은꼴이다. 이런 지도자들의 존재로 정치 혼란이 가중되고 있는 한 경제 위기를 극복하는 것은 무리라는 사실을 아르헨티나 사태는 웅변으로 말해주고 있다.
민간부문에만 구조조정을 재촉하고 정부 부문의 구조조정에 소홀했던 것도 이번 사태의 한 요인으로 작용했는데 이 또한 우리에게 교훈적이다. 환란 이후 그렇게 강조되어 온 것이 구조조정이지만 경제 상황이 조금만 나아지면 그 필요성을 잊고 축배를 들던 습관은 바로 엊그제까지 이어졌다. 2월말까지 개혁을 완료한다고 큰소리했다가 시한이 되니까 상시 개혁체제로 간다고 했지만 그 이후 달라진 것이 과연 무엇인가.
정부는 이 나라에 대한 우리나라의 채권이 6억달러 수준에 불과해 별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낙관론을 펴기 전에 이번 사태가 주는 교훈에 주목해야 한다. 특히 겉치레에 그친 구조조정을 다시 한번 강력하게 실시하지 않고는 아르헨티나가 지나온 길을 그대로 답습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