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등자격증 소지자를 초등교사로 임용(중초교사)하려는 정부의 방침이 전국 11개 교육대 4학년생들이 올해 임용고사를 거부키로 하는 등 반발하고 있어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교육대생들이 집단으로 임용고사를 거부할 경우 2003년까지 교육인적자원부의 교육여건 개선사업이 큰 차질을 빚을 전망이다.
▽임용고사 거부〓전국 교육대학생 4학년 대표자협의회(의장 송해경)는 24일 서울교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교원대 초등교육과를 포함해 서울교대 등 전국 11개 교대 4학년생을 상대로 올해 임용고사 거부 찬반 투표를 실시한 결과 전체 4894명 중 4218명(투표율 86.1%)이 참가해 80.6%인 3400명의 찬성으로 임용거부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교대 4학년생들은 교육부가 중초교사 임용계획을 철회하지 않을 경우 11월 25일로 예정된 임용고사에 응시하지 않기로 하고 교대 총학생회를 중심으로 교원수급 정책 반대 서명운동을 전개하기로 했다.
▽갈팡질팡 교원정책〓교육대생들이 집단 반발하는 1차적인 이유는 앞을 내다보지 못한 교육수급정책의 난맥상에 있다.
정부가 1999년 교원 정년을 65세에서 62세로 단축한 데다 공무원 연금 고갈 위기 소문이 교원들의 불안을 부추겨 ‘줄사표 사태’가 벌어졌다.
이로 인해 당초 99년부터 2001년 2월까지 2만1000명의 교원이 퇴직할 것으로 예측됐으나 실제로는 정년퇴직 1만2660명, 명예퇴직 2만9716명 등 4만2376명이 교단을 떠났다. 또 명예퇴직금이 9000억원일 것으로 전망됐지만 실제로는 3조원 이상을 초과해 교원수급 정책에 큰 차질을 빚게 됐다.
특히 초등교원 부족 사태가 심각해 교육부는 빈자리를 메우기 위해 정년 퇴임 교사를 기간제 교사로 다시 채용했지만 아직도 교원 부족은 해소되지 않고 있다.
여기에다 정부가 7월 20일 초중고의 학급당 학생수를 2003년까지 35명으로 낮춘다며 교육여건 개선 사업을 무리하게 추진하면서 교원정책이 더 빗나가게 됐다.
▽정부 대책〓2002년에 4856명의 교육대 졸업생을 채용하면 2003년에는 교대졸업생 5355명을 모두 채용해도 4620명이 부족하게 된다. 여기에 초등과 중고교의 정원 증원까지 합치면 1만5000명에 가까운 교사를 새로 뽑아야 한다.
교육부는 중등자격증 소지자 중에서 선발해 교육대에서 1년간 70학점의 보수교육을 시킨 뒤 초등교원으로 발령낸다는 계획이지만 ‘졸속행정’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98∼2000년까지 중등교사 자격증을 딴 7만5668명 중 임용 인원은 21.9%(1만6582명)에 불과해 중등교원 자원은 많다.
교육대생들은 “정부가 중등교사 자격증 소지자를 속성 교육시켜 초등학교에 배치하려는 것은 초등교육의 전문성을 무시하는 처사”라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교육부는 “중초교사를 발령해도 현재의 교육대생들이 임용되지 못하는 등의 불이익이 없는 만큼 임용고사 거부는 집단이기주의”라고 비판했다.
▽향후 전망〓교육대생들이 실제로 임용고사를 거부할 것인지는 두고 보아야 하지만 일단 교원수급 정책이 큰 차질을 빚게 됐다.
교육대 4학년생 4900여명 중 서울 경기 등 대도시 임용을 선호하는 학생들이 일부 응시하더라도 교원부족을 메울 방법이 없다. 교대생들은 이를 ‘무기’로 집단행동에 들어가자 교육부나 청와대도 당황하기 시작했지만 정책 연기나 백지화 이외에 별다른 ‘묘책’이 없는 실정이다. 의약분업 사태처럼 유리한 위치에 있는 집단에 대해 정부가 어떤 대책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초등교사 퇴직 2년내 임용시험 응시 불허▼
11월 1일 이후 퇴직하는 초등 교원들은 앞으로 2년 동안 교사 임용시험에 다시 응시할 수 없게 된다.
초등교원 신규임용공동관리위원회(주관 대전시교육청)는 24일 초등교원의 안정적 수급을 위해 앞으로 퇴직 교원의 임용시험 재응시 제한 기간을 현행 1년에서 2년으로 연장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농어촌 지역 초등학교 교사들이 생활여건이 좋은 도시지역에서 교사생활을 하기 위해 사표를 내고 도시지역에서 임용시험을 다시 치르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다.
최근 교육인적자원부가 중등교사 자격증 소지자를 초등교사로 임용하려는 계획을 세우자 농어촌 지역의 교사들 가운데 임용고시에 지원하기 위해 사표를 내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응시제한 기간을 1년으로 알고 퇴직했거나 퇴직할 예정인 교원들이 있는 점을 감안해 10월 31일까지 퇴직한 교원은 내년 11월 시행되는 2003학년도 임용시험에 응시할 수 있도록 했다.
공동관리위원회는 “이번 조치는 지역간 교원수급 불균형 현상을 방지하고 농어촌지역 학생들의 학습권을 보호하기 위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자세한 사항은 공동관리위원회(042-480-7621)로 문의하면 된다.
inchu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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